(서울=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북정책을 '유화적'이라고 비판해 파문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중요한 핵실험을 했다. 그들의 말과 행동은 여전히 미국에 적대적이고 위험하다"며 "내가 한국에 말했듯, 한국은 북한에 대한 유화적 발언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차 핵실험 직후 북한에 전례 없는 '실망과 분노'를 표출하면서도 큰 틀의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하려는 것에 대한 불만 표시로 여겨진다. 트럼프는 전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여부를 내주부터 논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미 공조에 이상 신호가 느껴진다. 북한의 잇따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와 6차 핵실험에 맞서, 일사불란한 대응을 지휘해야 하는 미국의 대통령에게 걸맞은 처신은 아닌 듯하다. 설사 한국 정부의 태도에 불만이 있더라도 조용히 외교 채널을 통해 전달함으로써, 오해가 있으면 풀고 시각 차이는 조율해 나가면 될 일이었다.
당장 미국 주요 언론과 외교안보전문가들이 비판하고 나섰다. 사실상 '레드 라인'을 넘어 핵보유국을 향해 무한 질주를 하는 북한을 제지하려면 '한미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인데도 동맹국인 한국을 비난하는 '전략적 실수'를 저질렀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는 뉴욕타임스에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비판은 인식이 잘못된 것"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실제 미국의 대북 '압박과 관여' 접근을 적극 지지해왔고, 문 대통령이 지금까지 취한 어떤 것도 유화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미 FTA 폐기 시사에 대해 "최악의 시기에 한미관계를 해치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김정은에게 선물일 것"이라고 비꼬았다. 영국의 가디언도 한미관계를 틀어지게 하려는 북한의 전략에 놀아나고 있다고 가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발언들'도 논란거리다. 취임 이후 트윗 등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메시지를 던지면, 국무·국방 장관 등이 즉각 그 발언을 번복하거나 그 의미를 축소하는 일이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8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도발을 멈추지 않으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군사옵션을 경고하자,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걱정할 필요 없다"고 진화했다. 또한, 일본열도를 가로지른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는 더는 답이 아니다"라고 대화 무용론을 주장하자,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우리는 절대 외교적 해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서둘러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은 물론, 중국·러시아 및 국제사회에 일관되고 통일된 메시지를 보내야 하는데 도리어 혼란을 준다는 지적을 트럼프 대통령은 유념해야 한다.
핵보유국을 향한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도, 북한과의 대화에만 매달리는 것 아니냐는 국내외 일부의 지적에 대해, 우리 정부도 혹시 그런 빌미를 준 것은 아닌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지난달 26일 발사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초기에 '300㎜ 방사포'로 잘못 추정해 서둘러 발표한 것이나, 이틀 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북핵 대화 낙관론'을 강하게 피력한 직후 북한이 IRBM 발사함으로써 어색한 모양새가 된 것도 되돌아볼 만한 사례이다. 북한이 6차 핵실험에 이어, 또다시 ICBM 발사나 7차 핵실험 조짐이 전해지는 상황에서, 지금 우리 정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와 더불어 빈틈없는 한미 공조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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