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출생자에 시민권 자동부여 법안 통과도 불투명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난 달 말 이탈리아 유명 해변 휴양지인 리미니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로 붙잡힌 4명이 모두 아프리카 난민이나 이민자들로 드러나면서 이탈리아에서 반(反)난민 정서가 고조되고 있다.
이탈리아 경찰은 지난 3일 리미니 사건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용의자인 콩고 출신의 20세 난민을 리미니의 기차역에서 체포했다. 그는 프랑스로 도망치기 위해 밀라노로 가는 열차에 올라탔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이번 사건의 용의자 4명 가운데 유일한 성인이다.
그는 2015년 지중해에서 구조돼 람페두사 섬의 난민센터에 수용된 뒤 망명을 신청했으나 거부 당했다. 하지만 그는 인도적인 사유로 2018년까지 이탈리아에 체류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또 다른 용의자로 지목된, 이탈리아에서 출생한 15세, 17세의 모로코계 형제는 지난 2일 범죄 현장 주변에서 작동된 CCTV를 통해 용의자로 특정되자 리미니 경찰에 자수해 죄를 인정하고, 공범들의 신원 등을 자백했다.
경찰은 이들이 자수한 직후 16세의 나이지리아 출신 소년도 인근 도시에서 체포한 바 있다.
절도죄 등 잡범 전과가 있는 이들 모로코계 형제와 나이지리아 출신 소년은 모두 소년원에 수감됐다고 경찰은 말했다.
붙잡힌 용의자들은 지난 26일 새벽 아드리아해에 면한 휴양지 리미니의 한 해변에서 남자 친구와 함께 있던 폴란드 여성(26)을 성폭행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 여성과 함께 있던 남자 친구를 집단 폭행해 기절시킨 뒤 범행을 저질렀고, 같은 날 리미니에서 페루 출신 여성 1명도 성폭행했다.
폴란드 법무차관은 자국민이 피해를 입은 이번 사건 직후 "범인들을 모두 사형시켜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폴란드와 이탈리아는 모두 사형이 금지돼 있는 나라이다.
마르코 민니티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마지막 용의자의 검거로 사건이 신속하게 마무리된 것에 만족감을 표현하며 경찰을 치하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뜩이나 난민 부담에 시름이 커지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는 난민과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더욱 커질 조짐이다.
반(反) 난민 성향의 극우정당 북부동맹 소속의 로베르토 칼데롤리 상원의원은 "우리는 이런 사람들에게 시민권을 주고자 하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이민자 가정의 자녀에게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주는 것을 골자로 정부가 추진 중인 법안을 비판했다.
'이우스 솔리'로 불리는 이 법안은 이민자의 자녀가 만 18세가 돼야 시민권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행 이민법을 미국처럼 자국 땅에서 출생한 사람에게는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이탈리아에서 최소 5년의 정규 교육을 받은 이민자 자녀에게도 시민권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파 정당과 일부 중도파 의원들의 반대로 2015년 10월 하원을 통과한 이래 2년째 계류 중인 이 법안은 올해 하반기에 상원에서 다뤄질 예정이지만, 최근 거세지고 있는 광범위한 반난민 정서를 감안하면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유럽연합(EU)과 터키가 맺은 난민 송환 협정 이후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의 최대 관문이 된 이탈리아에는 2014년 이래 현재까지 총 60만명의 난민이 도착했고, 이로 인해 난민 수용 능력이 한계에 부딪히며 사회적·정치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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