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사 심은 동백, 현지기후 부적합…대사관 특수관리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 베를린에 안장된 세계적인 작곡가 고(故) 윤이상 선생 묘소의 동백나무를 놓고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이 나무는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 때 부인 김정숙 여사가 경남 통영에서 가져와 심은 것이다.
7일(현지시간) 베를린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이 동백나무를 누가 뽑아가려 한다는 글과 사진이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되면서 주독 한국대사관 측이 잔뜩 긴장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독일에도 적폐세력이 만만치 않은 듯"이라는 등의 글이 올라오며 시선을 끌었다.
그러나 대사관 확인 결과, 지난달 30일 동백나무의 겨울나기 작업을 해놓은 것이 오해를 부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작업은 애초 동백나무가 베를린 기후와 토질에 적합하지 않은 탓에 이뤄진 것이었다.
추위에 약해 한국에서도 서식지가 주로 남부인 동백나무는 윤이상 선생의 고향인 통영에 많다.
동북나무를 공군 1호기에 실어 베를린까지 공수한 것은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숨진 윤이상 선생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특히 동백나무는 중앙정보부에 의해 조작·과장돼 윤이상 선생이 고초를 겪었던 동백림사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동백림(東伯林·East Berlin)이 동베를린의 한자명이어서다.
이런 취지로 동백나무가 베를린에 심어졌으나, 현지의 춥고 습한 겨울을 견뎌내기가 힘들고 현지 토양에 스민 석회 성분이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이에 대사관 측은 동백나무에 겨울나기용 특수 처리를 하라는 베를린 식물원의 자문에 따라 전문가를 대동해 작업을 벌였다.
동백나무가 인근 토양을 중성 흙으로 바꾸고, 주변 나무의 뿌리로부터 침범을 받지 않도록 특수 재질로 흙 주변을 감쌌다.
이런 가운데 윤이상 선생 묘소의 동백나무가 가진 상징성이 크다고 하더라도 대사관이 직접 나서 특수관리까지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동백나무 살리기가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특수 처리를 했지만, 동백나무에 맞춤형 환경을 조성해놓은 식물원과는 사정이 다르다. 앞으로도 상당한 관리의 손길이 가야 할 수 있다.
현지 소식통은 "동백나무 주변은 볕이 잘 드는 환경이 아니다"라며 "겨울을 잘 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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