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카고에 오바마 기념관 짓는 토드 윌리엄스·빌리 첸 부부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미국 시카고 남부 미시간 호변의 잭슨 공원은 요즘 '대통령 맞이'에 한창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기념관인 오바마 센터 조성 작업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시카고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그가 1990년대 학생들을 가르쳤던 시카고대 법대는 잭슨 공원 근방이고, 아내 미셸이 자랐던 서민 동네도 지척에 있다.
기념관 단지의 중심이 될 도서관 설계는 뉴욕에 기반을 둔 부부 건축가, 토드 윌리엄스(64)·빌리 첸(58)에게 돌아갔다.
이들이 운영하는 '토드 윌리엄스 빌리 첸 아키텍츠'는 140여 곳의 각국 건축 사무소와 경쟁한 끝에 지난해 6월 건축설계업체로 선정됐다.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만난 부부는 "디자인 PT에서 '가치'를 보여주려고 애썼다"고 설명했다. 부부는 '2017 UIA 서울세계건축대회' 참석차 한국을 처음 찾았다.
"우리가 오바마 대통령을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가치, 즉 그가 어떻게 자라났고 어떻게 당선됐으며 재임한 8년을 어떻게 보냈는지를 관통하는 가치를 담아내려고 했어요.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이 도서관을 통해 사람들이 무엇을 얻고 감화받을 수 있을지를 계속 고민했죠." (빌리 첸)
이를 듣던 남편 윌리엄스가 흥미로운 일화 하나를 공개했다.
여러 단계의 심사를 통과한 일곱 곳의 건축 사무소는 지난해 2월 어느 주말 백악관의 초대를 받았다.
오바마 당시 대통령 부부는 사무소 한 곳당 한 시간씩, 총 7시간이나 할애해 건축가들의 철학과 가치관 등을 경청했다. 기념관 단지로 인해 공원이 더욱 유익한 공간이 되면 흑인이 많이 거주하는 주변 지역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피력하기도 했다고.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기념관 건립에 큰 의미를 부여했음을 보여준다.
첸이 이야기를 이어받았다. "(대통령은) 전형적인 대통령 도서관과는 정반대인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단순한 도서관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공간, 어린 친구들이 플랫폼으로 삼을 수 있는 교육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하더라고요."
윌리엄스와 첸은 하나의 캠퍼스를 디자인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한 채의 건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캠퍼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가 중요한 것이죠. 건물과 건물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이 대화한다든지요."
도서관은 2021~2022년 사이에 완공될 예정이다. 부부는 더 이상의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다며 조심스러워했지만, 오바마 도서관이 엄청난 양의 장서와 사진으로만 채워진 근엄하고 답답한 공간은 아닐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였다.
윌리엄스와 첸은 미술관, 학교 등 비영리 기관들의 설계를 주로 담당해 왔다. 오바마 기념관을 맡게 된 것도 그러한 이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함께 일한 지 올해로 만 40년이 된 윌리엄스와 첸에게 동료이자 부부로 일해온 시간이 어땠는지 물었다.
윌리엄스는 "우리 둘의 각기 역할을 묻는 사람이 많은데 확실한 것은 둘이 매우 다르다는 점"이라면서 "나는 3D 스케일에 능하고 에너지가 느껴지는 작업을 하지만, 아내는 2D 드로잉을 즐기며 작업도 좀 더 정적이다"라고 설명했다.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