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자동차 해상운송 '나눠먹기 담합' 글로벌업체들 기소
4개 노선서 '기존 업체 밀어주기'…담합 액수는 공정위 단계서도 조사 안돼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자동차를 해상으로 나르는 국제노선을 나눠 먹는 식으로 6년간 담합해 온 글로벌 운송업체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소시효를 불과 2주 남겨두고 고발한 데다 담합 규모도 규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늑장·부실 고발'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구상엽 부장검사)는 한국과 북·중미, 유럽, 지중해 등을 오가는 자동차 운송 노선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글로벌 자동차 해상운송업체인 니혼유센주식회사(NYK)와 유코카캐리어스(EUKOR) 등 2개사를 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이들은 기존에 보유한 운송노선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글로벌 해상운송업체와 접촉해 협조를 요청했다.
요청을 받은 업체들은 노선 입찰에 참여하지 않거나 요청한 업체가 적어낸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응찰해 계약을 따낼 수 있도록 담합했다.
검찰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제너럴모터스(GM)가 발주한 한국발 카리브·중미행, 한국발 북미행, 한국발 유럽·지중해행 등 3개 노선에 걸쳐 9차례 입찰에서 이와 같은 담합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2012년 BMW가 발주한 미국발 한국행 노선에서도 같은 방식의 담합이 진행됐다.
공정위에서 총 4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대형 사건이지만, 담합 액수는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못했다.
고발 전 공정위의 조사 단계에서도 어느 정도의 가격 담합이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조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의 늦은 고발로 시간에 쫓긴 검찰도 이 부분은 특정하지 못했다.
공정위는 담합 규모가 빠진 채 사건 공소시효(9월 5일)를 불과 2주 남겨둔 지난달 18일 오후 검찰에 고발했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담합을 처음 인지한 2012년 7월부터 1년간 제대로 조사하지 않다가 이듬해 6월께 1개 업체를 처음 현장 조사했고, 이후에도 드문드문 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검찰은 짧은 기간 동안 검사 6명과 수사관 9명 등 담당 수사부서 전 인력을 투입해 혐의 규명에 총력을 기울였다.
검찰은 공정위에 출석하지 않은 노르웨이 국적 에릭 노클비 대표 등 유코카캐리 본사 고위 임원 5명을 소환조사해 "한국 검찰이 제기한 혐의에 승복하고 향후 재범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워낙 시간이 촉박해 업체들이 각 노선을 어떻게 나눠 가져갔는지 정도만 수사해 4개 노선을 규명하고 기소한 것"이라며 "불과 10여일 만에 국제 카르텔의 실체를 모두 밝히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었으나 혐의 규명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사회적 법익을 해치는 담합이라는 행위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액수의 규명이 없어도 기소하고 처벌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규모가 특정되지 않을 경우 유죄시 형량을 정하는 양형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두 회사 외에도 6개 글로벌 운송업체들이 담합에 가담했으나, 3개 회사는 공소시효가 지나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나머지 3개 업체는 조사에 협조한 리니언시(자진신고 면제)가 인정돼 공정거래위원회 고발에서 제외됐다.
공정위는 "사건이 만만치 않아 고발이 늦게 된 것은 맞지만, 조사를 대충 했다거나 일부러 고발을 늦췄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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