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감정기법 발달로 신원확인 가능성 커져…'조각지문'도 확인
범행 당시 지문등록 안한 미성년자들, 성인 된 후 검거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2002년 12월14일, 서울 구로구에 있는 한 호프집에서 50대 업주가 살해당했다. 경찰은 현장 증거 수집에 주력했으나 용의자가 수건으로 현장을 모두 닦아버려 지문 확보조차 어려웠다.
업소 구석에서 깨진 채 발견된 맥주병이 유일한 단서를 담고 있었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인물의 엄지손가락 조각지문(쪽지문)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쪽지문 분석 기법이 발달하지 않아 용의자 신원을 특정할 수 없었다.
15년 후, 경찰은 지문자동검색시스템(AFIS)으로 쪽지문을 재검색해 비슷한 지문 1천500여개와 비교했다. 장모(52)씨의 지문임이 확인됐고, 당시 목격자 진술과 추가 증거 등도 장씨가 범인임을 뒷받침했다. 경찰은 지난 7월 그를 검거했다.
경찰청은 올 3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간 미제 강력사건 994건의 현장 지문을 재검색해 482건에서 신원을 확인하고, 이 가운데 154건을 검거했다고 5일 밝혔다. 186건은 현재 수사 중이다.
해결된 154건 가운데는 침입절도가 85건(55%)로 가장 많았고, 빈차털이(34건, 22.1%), 차량절도(23건, 14.9%), 성범죄(7건, 4.5%), 살인(2건, 1.3%) 등이었다.
지문 재검색은 사건 발생 당시 미성년자로 당국에 지문이 등록되지 않았던 피의자 검거에 큰 역할을 했다.
재검색으로 검거한 154건의 피의자 177명 가운데 161명(91%)이 발생 당시 미성년자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범행 시점에는 주민등록증 발급 대상이 아니어서 지문 자료가 없었으나 주민등록 이후 신원이 확인됐다.
성인 피의자 15명은 범행 당시 쪽지문만 남아 신원을 확인하지 못했다가 이후 기법 발달로 검거된 경우다. 이후 AFIS 검색 품질이 향상되고, 경찰청 소속인 지문감정관들의 지문 분석 숙련도도 높아져 신원 확인 가능성이 전보다 커졌다.
아울러 법무부가 보유한 국내 입국 외국인 지문정보가 2014년부터 경찰청과 공유되면서 외국인 범죄자 1명도 지문 재검색으로 검거했다.
경찰이 2010년부터 지문 재검색으로 해결한 미제사건은 살인 7건, 성폭력 135건 등 모두 604건이다.
경찰 관계자는 "중요 미제사건은 매년 현장 지문 재검색을 통해 사건 해결에 필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DNA나 영상 분석, 프로파일링 등 첨단 과학수사기법을 동원해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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