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연휴실적 1998년來 최악…대작 없고 스트리밍에 밀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국 할리우드 영화계가 10여년 만에 최악의 흥행 실적으로 여름 시즌을 마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과 파이낸셜 타임스 등 외신들이 5일 보도했다.
리서치 회사인 컴스코어에 따르면 5월 첫째 주말부터 9월 첫째 주말까지 미국과 캐나다에서 거둔 흥행 실적은 지난해보다 16%가 줄어든 38억 달러에 그쳤다. 여름 시즌의 성적이 40억 달러를 밑돈 것은 2006년 이후 처음이다.
할리우드 영화계는 연중 최대 성수기인 8월에도 6억2천510만 달러라는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근 35%가 줄어든 것이다.
이처럼 여름 시즌의 흥행 실적이 부진한 탓에 연초부터 지난주까지의 흥행 실적도 지난해 같은 기간의 실적보다 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주말과 노동절 연휴인 1~4일 북미 흥행 실적도 대형 신작이 개봉되지 못한 탓에 9천950만 달러에 머물렀다. 이는 1998년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할리우드 영화계가 올여름 시즌에 선보인 작품들은 팬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했다. 노동절에 대형 신작이 개봉되지 못한 것은 1992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컴스코어의 폴 더가라베디언 애널리스트는 "일부 코미디 영화는 예상보다 부진했고 일부 대작은 해외에서 호조를 보였지만 미국 내에서는 반향을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영화 전문 케이블 채널인 HBO의 왕좌의 게임, 아마존과 넷플릭스, 훌루 등이 제공하는 주문형 스트리밍 서비스가 팬들의 관심을 빼앗아간 것도 할리우드의 흥행 실적이 저조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뤽 베송 감독의 '발레리안'은 마케팅 비용을 빼고 1억8천만 달러의 예산이 투입된 대작이었지만 미국 시장에서 개봉 첫 주말의 흥행 수입은 1천700만 달러에 그쳤다. '발레리안'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모두 1억3천300만 달러의 수입을 거뒀다.
한편 톰 크루즈가 출연한 '미이라'도 마케팅 비용을 제외하고 총 1억2천500만 달러의 예산이 투입된 대작이었지만 미국 개봉 첫주말의 성적은 3천200만 달러에 불과했다. '미이라'는 해외 시장에서 현재까지 4억5천만달러 수입을 올려 미국 시장의 부진을 만회하고 있는 모습이다.
컴스코어의 더가라베디언 애널리스트는 워너 브러더스의 '잇(It)'을 시작으로 '킹스맨: 골든 서클', '레고 닌자고 무비', '블레이드 러너 2049'와 같은 신작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향후 몇달간의 흥행 실적은 다소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할리우드는 여름 시즌의 북미 흥행 실적이 비록 저조했지만 해외 시장의 호조로 일단은 한숨을 돌리고 있다. 다만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던 중국 영화시장의 전망이 밝지 못한 것을 부담스럽게 보고 있다.
중국의 영화 시장은 1999년부터 두 자릿수의 성장을 지속했고 올해는 마침내 미국 시장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다. 하지만 2015년 49%를 기록했던 성장률은 지난해에는 2.4%에 그쳐 사실상 정체 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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