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당근' 접고 '더 센 채찍'…시진핑과 통화 주목

입력 2017-09-05 11:54   수정 2017-09-05 11:57

文대통령, '당근' 접고 '더 센 채찍'…시진핑과 통화 주목

탄두중량 제한 해제로 군사적 응징 의지…원유공급 차단 압박 경제적 옥죄기

'지금껏 없던 실제적 대응조치' 분석…트럼프 통화서 '대화' 언급 안 해

美·中·日 3강 통화 공조…'원유차단' 키 쥔 시진핑 통화 성사 여부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문 대통령은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미 미사일지침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해제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동시에 대북 원유공급 중단안을 유엔 안보리에서 검토하도록 촉구했다.

북한이 단·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실험에 이르기까지 다차적 도발로 한국은 물론 미국·일본에 대한 위협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는 데 대해 초고강도의 군사적·경제적 '쌍끌이' 대응을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잇단 정상 통화에서 공히 "이제는 차원이 다른, 그리고 북한이 절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제적인 대응조치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핵실험 이전까지 북한의 도발에 대해 폭격기와 탄도미사일을 동원한 원점 타격 무력시위로 응수한 것만으로는 북한을 더는 옥죌 수 없다는 게 문 대통령의 판단이다. 다시 말해 탄두 중량 해제를 통한 파괴력 있는 군사적 응징을 시사하는 동시에 원유공급 차단으로 북한 경제를 마비시키겠다는 시그널을 북한에 보낸 셈이다.

특히 탄두 중량 해제는 대부분 지하 깊숙이 숨겨진 북한 핵심 군사시설과 유사시 전쟁 지휘부를 초토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언급한 '지금껏 보지 못한' 강력한 대응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행 지침에 따른 탄두 제한 중량 500㎏을 장착한 미사일로는 비행장 활주로를 파괴하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중량 제한이 풀려 1∼2t의 탄두를 장착하면 지하 수십m까지 초토화할 수 있어 북한으로서는 심리적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게다가 사거리 800㎞의 현무-2C 탄도미사일에 고중량 탄두를 장착하면 후방에서도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어 효율성을 한층 배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이 1979년 미사일지침에 처음 합의한 지 38년 만에 탄두 중량 제한이라는 옥쇄를 벗어던진 것은 그만큼 현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탄두 중량 해제를 문 대통령이 먼저 요청했다는 점에서 현 정세를 조망하는 문 대통령의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 대목이다.

대북 원유공급 중단 검토를 언급하면서 수면위로 올린 것은 대북 군사적 대응과는 별도로 경제적인 압박을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북 원유공급 중단과 북한 해외노동자 송출금지 등 북한의 외화 수입원을 차단할 방안을 유엔 안보리에서 진지하게 검토할 때"라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7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잇따른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도발에 따른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을 환영하면서도 "결의안에 원유공급 중단 조치가 빠진 것은 아쉽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에는 소극적 차원에서 아쉬움을 표현했다면 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적극적인 대북 경제적 봉쇄를 공식화하고 나선 것으로 읽힌다.

청와대 관계자는 차원이 다른 대북 조치와 관련해 "대북 원유공급 중단, 석유수출 금지, 북한 노동자 송출금지를 포함한 강력한 유엔 안보리 새 결의안 추진을 뜻한다"고 말했다. 탄두 중량 해제가 북한에 미래의 위협이라면 원유공급 중단을 포함한 유엔 결의안이 통과되면 북한으로서는 당장 치명적인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다만 대북 원유공급 중단의 키를 쥐고 있는 중국의 동참 여부가 관건이다.

원유공급의 최대 젖줄인 중국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간헐적인 대북 원유공급 중단 방안에 거부감을 보여온 점을 감안하면 원유 파이프라인을 잠글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핵실험으로 한반도 위기지수가 임계치에 다다랐고, 중국도 북한의 핵실험을 말려왔다는 점에서 중국이 더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직전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이 이전보다 강력했음에도 중국이 동참한 사례는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통화가 전격적으로 이뤄질지가 주목되는 포인트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할 때마다 미국이나 일본 정상과의 통화를 수시로 해왔지만 시 주석과는 소통하지 않았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이에 따른 보복으로 양국이 평행선을 걷고 있는 와중이라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현 한반도 정세의 엄중함을 감안하면 전격적인 통화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화'라는 말을 꺼내지 않은 것도 주목할 만하다. 고강도 압박·제재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수단이라는 문 대통령의 지론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핵실험 정국과 맞물려 '대화무용론'을 품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화를 언급하는 것은 전술적으로도 맞지 않다는 계산을 한 것일 수 있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honeyb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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