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번역상·번역신인상 수상자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황석영의 '바리데기'를 터키어로 번역하고 있어요. 한국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모르는 북한 사투리가 가장 어려워요." (괵셀 튀르쾨쥬)
"김애란의 '침이 고인다'를 러시아어로 직역하면 아름답지 않아요. 작가와 상의해서 제목을 바꿨어요." (알렉산드라 구델레바)
한국문학을 각국 언어로 옮겨 소개하는 번역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5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올해 한국문학상·한국문학번역신인상 수상자들은 한국문학의 매력과 번역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안도현의 동화 '연어'를 터키어로 번역해 수상하게 된 괵셀 튀르쾨쥬는 "터키어로 번역된 한국문학 작품이 많지 않다. '김치'나 '소주' 같은 쉬운 표현도 사람들이 아직 몰라 설명해가며 번역해야 한다"며 "10년쯤 전부터 터키 출판사들이 한국문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계속 번역하면 터키 독자들도 한국문화의 고유한 표현에 익숙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훈의 '현의 노래'를 프랑스어로 옮긴 에르베 페조디에는 "프랑스 서점에 가보면 한국문학은 중국·일본 문학 사이에 끼어 있다. 작지만 분명히 존재감이 있다"고 말했다. '현의 노래'는 지난해 프랑스 최고의 출판사로 꼽히는 갈리마르의 세계문학총서로 출간됐다. 2006년 '칼의 노래'에 이어 두 번째다.
페조디에는 "김훈이 세계적인 작가로서 입지를 굳히게 됐다고 생각한다"며 "현대소설이지만 고전의 특성을 담고 있어 책 한 권으로 한국의 전통 문화예술과 고전문학의 성질까지 전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현의 노래' 번역은 공연자막가이자 판소리연구자인 부인 한유미씨와 함께 했다. 페조디에는 "한국어와 프랑스어를 각각 모국어로 구사하는 번역가의 공동작업은 굉장히 효과적"이라고 했다. 한씨는 "판소리를 번역하며 여러 가지 문학적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현의 노래'도 번역할 수 있었다"며 "악기와 무기 이름에 맞는 단어를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김영하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러시아어판 역시 알렉산드라 구델레바와 승주연씨의 공동작업으로 완성됐다.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공지영의 '봉순이 언니' 등을 번역한 구델레바는 김영하 소설에 대해 "러시아 독자들이 '굉장히 마음에 들고 뛰어난 작가를 발견했다. 다음 책을 기다리고 있다'는 평가를 한다"고 전했다.
조해진의 '사물과의 작별' 번역으로 신인상을 받은 일본인 다케우치 마리코는 문학이나 언어학을 전공한 다른 수상자들과 달리 평범한 50대 주부다. 10여 년 전 김용택 시집을 읽고 한국문학에 빠져들어 한국어를 배웠다는 그는 "한국 문학은 뜨겁고 일본 문학은 잔잔한 느낌"이라며 "전업주부도 자신감을 가지고 번역해 한국 문학의 심오한 세계를 소개하면 된다는 격려가 아닌가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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