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정기국회가 초반부터 파행하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 영장 발부에 발발해 정기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정기국회 닷새째인 5일 본회에 불참했고, 자당 몫인 교섭단체 대표연설도 거부했다. 국회는 한국당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기 위해 본회의를 열었지만 한국당의 불참으로 5분 만에 산회했다. 야당의 보이콧으로 교섭단체 연설이 취소된 것은 처음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전날 국회 로텐더홀에서 '문재인 정권 방송장악 시도 규탄'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한 데 이어 대검찰청과 방송통신위원회를 찾아가 항의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5일 고용노동부와 청와대도 항의 방문했다.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과 제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안보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는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참으로 답답하고 한심하다. 물론 정기국회 파행의 일차적 책임은 한국당에 있다. 한국당은 정기국회 보이콧을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정부의 언론장악을 막기 위한 투쟁"이라고 주장한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41%의 소수정권이 혁명군인 양 계엄하 군사정권도 하지 못한 방송파괴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권의 방송파괴 음모를 온몸으로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공영방송 사장에 대해 체포 영장이 발부된 것을 놓고 야당으로서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다. 하지만 국회 일정까지 거부하면서 장외투쟁에 올인하는 것은 누가 봐도 명분이 약하다.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 야당의 대여 견제는 의회라는 제도적 틀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 마땅하다. 근로기준법상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받는 MBC 김 사장은 이날 고용노동부 서울 서부고용노동지청에 자진 출석했다. 한국당이 보이콧을 시작한 근본적 사유가 일정 부분 소멸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한국당은 조속히 보이콧을 풀고 국회 일정에 전면 참여해야 한다. 이번 정기국회에는 안보 문제 이외에도 429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을 비롯해 초고소득자 증세를 골자로 한 소득세법, 공영방송 사장 선출 규정이 담긴 공영방송 관계법 등 시급한 현안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한국당은 책임 있는 제1 야당답게 장내로 돌아와 정부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청와대와 여당도 국회 파행을 조속히 끝내기 위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추미애 대표는 4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야당이 한반도 문제의 본질과 심각성을 외면한 채 현 정부를 몰아세우는 데만 골몰한다"고 비판했다. 또 민주당은 "코미디" "생떼" "대국민 선동" 등 원색적인 용어를 동원해 한국당의 보이콧을 비판만 했지 국회 정상화를 위한 정치력은 거의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손혜원 의원은 한국당 의원들의 로텐더홀 시위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페이스북 중계까지 했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구성을 위해 각 당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회동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북한 핵실험에 따른 초당적 협력과 생산적인 정기국회 운영을 위해 여야정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 같다. 한국당을 제외하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문 대통령의 제안에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이다. 이런 상황을 생각한다면 민주당 지도부도 한국당의 보이콧 중단과 여야정 협의체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지나치게 자극하는 언사와 행동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국정운영의 최종 책임은 정부·여당에 있다. 국회 파행이 장기화할수록 그 부담은 고스란히 정부·여당에 돌아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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