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과 상표권 협상 난항에 더블스타와 가격협상도 결렬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금호타이어[073240] 채권단이 중국의 더블스타의 가격
인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함에 따라 금호타이어 매각이 무산될 중대 기로에 섰다.
채권단은 그동안 더블스타를 대리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상표권 사용협상을 벌여왔는데 정작 더블스타로 인해 매각이 깨질 위기에 놓이게 됐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힌 셈이다.
채권단이 5일 주주협의회를 열어 더블스타가 제시한 가격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하고 더블스타에 매매계약 해제 합의서를 보내기로 했다.
더블스타가 합의서에 동의 서명을 하면 매각계약이 철회돼 사실상 매각 무산을 감수하겠다는 조치로 읽힌다.
더블스타가 당초 가격 인하를 요구했을 당시 채권단 측은 수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였다.
더블스타가 기존 주식매매계약(SPA)에 반영된 권한에 따라 매매계약을 해지하는 대신 가격 인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양측이 맺은 계약에 따르면 매매계약 종결 시점인 9월 23일 기준으로 금호타이어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5% 이상 감소하면 더블스타가 매매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다. 이른바 '워크어웨이'(walk-away) 조항이다.
종전 가격의 16.2%인 1천550억원을 낮춰달라는 인하 수준도 감내할 만했다.
가격 인하에 상표권 사용료 차액 보전분 최대 2천700억원을 감안해도 채권단이 매각대금으로 받을 수 있는 5천300억원이 매각 지분의 '원가'보다 높기 때문이다. 이번에 매각하는 지분은 금호타이어에 빌려준 4천600억원을 출자전환한 것이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더블스타가 '고자세'로 나옴에 따라 협상 분위기는 반전됐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의 3분기 실적 역시 손실이 날 것을 예상해 추가로 800억원을 인하해달라고 요구했다.
실적 악화를 이유로 가격 인하를 요구하면서 워크어웨이 권한을 달라고 했고, 기존 우발채무에 대한 손해배상 한도(1천550억원)도 유지해달라고 했다.
우발채무에 대한 손해배상은 계약 체결 시 예상하지 못해 채무가 발생하면 채권단이 이를 보전해준다는 조항이다.
채권단이 그동안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 박삼구 회장과 상표권 사용협상이라는 궂은일을 도맡고 사용료 차액 보전이라는 금전적인 지원까지 약속한 점을 감안하면 더블스타의 이런 요구는 채권단에게는 '의외의 일격'이다.
시장에서는 채권단과 더블스타간 의견 차이가 작지 않아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보고 있다.
더블스타와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상표권 사용협상이라는 난제가 남았다. 상표권 사용 협상이 최종 계약 단계까지 갔으나 박삼구 회장이 수정안을 또 제시함에 따라 협상은 난항에 빠졌다.
채권단으로서는 박 회장과 더블스타 사이에 낀 '샌드위치' 형국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부닥친 셈이다.
채권단도 매각 무산 가능성을 의식해 금호타이어에 자구계획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유동성 문제 해결, 중국 사업장의 정상화, 국내 신규투자 및 원가경쟁력 강화 방안 등 금호타이어가 당면한 숙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으라고 한 것이다.
매각이 실제로 무산되면 채권단은 당장 금호타이어의 만기 연장안을 논의해야 한다.
채권단은 6월 만기가 도래한 1조3천억원어치 채권의 상환 시기를 9월 말로 연기한 바 있다.채권단 내부에서 채권 만기 연장에 이견을 보이면 금호타이어는 법정관리행(行)도 불가피할 수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더블스타의 인하 요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만큼 더블스타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며 "매각이 무산될 경우에 대비한 조치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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