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중국, 정상회담 계기 국경대치서 협력 모드…'갈 길 멀다'

입력 2017-09-05 22:21  

인도-중국, 정상회담 계기 국경대치서 협력 모드…'갈 길 멀다'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인도가 중국과 73일간의 국경대치를 뒤로하고 5일 양자정상회담을 열면서 다시 협력의 바퀴를 굴리기 시작했다.




중국 샤먼(廈門)에서 열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 마지막 날 개최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양자회담에서 두 정상은 지나간 분쟁보다는 미래 협력에 논의의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수브라마니암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차관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히말라야 도클람(중국명 둥랑<洞朗>) 지역에서의 양국 군사대치 문제가 다뤄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회담은 회고적이라기보다는 미래지향적이었다"고 답했다.

자이샨카르 차관은 이어 이웃 국가나 강대국 사이에서 이견은 존재하게 마련이라면서 "이견을 상호 존중과 공통의 이해를 찾으려는 노력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인도와 중국의 국방·안보 관계자 사이에 더 가까운 의사소통이 있어야 한다고 양국 지도자들이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역시 같은 질문을 받자 "중국과 인도가 서로 존중하고 공통의 이해를 찾으며 국경지대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견해차를 뒤로 미뤄야 한다고 시 주석이 말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양국의 태도는 지난 6월 16일 중국과 부탄의 영토분쟁 지역인 도클람에서 중국군의 도로 건설과 이에 따른 인도군의 파견, 양국 군 대치에 따른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앞으로 협력에 치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모디 총리는 다음 방문국인 미얀마로 떠나기에 앞서 자신의 트위터에 시 주석과 회담 사진을 올리고 "양국관계에 관해 결실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글을 남겼다.

그는 또 이번 브릭스 정상회담이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중국 정부와 국민이 보여준 따뜻한 환대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인도 일간 힌두스탄타임스는 이날 "인도와 중국의 협력관계에는 국경분쟁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양국 정상이 국경분쟁에 함몰되지 않고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신문은 특히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샤먼 선언'에서 회원국 정상들이 처음으로 라슈카르-에-타이바(LeT), 자이시-에-모함마드(JeM) 등 파키스탄에 근거를 두고 인도를 겨냥해 테러를 벌인 단체들을 언급하며 우려를 표명한 것을 매우 진전된 조치로 평가했다.

그동안 중국이 파키스탄을 고려해 파키스탄계 테러단체 수장을 국제 테러리스트로 지정하자는 인도의 주장을 거부해온 것 등에 비춰보면 이번 선언에 이들 단체를 명시하는 데 동의한 것은 중국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뀐 것이라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하지만 인도와 중국 사이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인도는 원자력 관련 물품의 국제 수출통제 체제인 원자력공급국그룹(NSG)에 가입하려 하지만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먼저 가입하지 않고서는 안된다는 중국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중국이 주요한 대외사업으로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에는 인도가 "각국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인도는 중국과 무역에서 지난해 476억8천만 달러(53조9천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봤으며 국경 문제 역시 갈등을 잠시 덮어뒀을 뿐 언제든지 재발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힌두스탄타임스는 "인도와 중국이 가까운 친구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폭력적인 경쟁자가 될 필요는 없다"면서 "더 많이 협력하고 충돌을 줄일 가능성은 상당히 있다"고 평가했다.


ra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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