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초반 강렬한 인상 이후 추락…최근 타격 감각 되살아나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왜 다들 나한테 여기서 잘하면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올 시즌 도중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은 제이미 로맥(32·캐나다)은 KBO리그를 20여 일 경험한 지난 6월 초 인터뷰에서 불쑥 이런 얘기를 했다.
"빅리그에서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보다 KBO리그에서 매일 경기에 나오는 게 훨씬 낫다. 내년에도 SK 소속으로 뛰고 싶다"는 게 로맥의 설명이었다.
당시 로맥은 한국에 오자마자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었다.
5월 11일 KBO리그에 데뷔한 로맥은 한 달도 안 돼 홈런을 11방이나 터뜨리며 3월 말에 시즌을 시작한 리그 최고의 거포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이후 말 그대로 추락했다.
6월 초만 해도 홈런을 포함한 멀티히트(1경기 2안타 이상)를 예사로 때려내던 로맥은 상대 투수들한테 변화구에 대한 약점이 드러나면서 맥을 못 췄다.
6월 타율은 0.156(96타수 15안타)에 그쳤다. 타격감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자 SK는 7월에 그를 열흘간 2군에 내려보내기도 했다.
우여곡절을 겪은 로맥이 최근 포스트시즌 진출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팀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5일 인천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홈 경기에서도 그랬다. 6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로맥은 연타석 홈런으로 팀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최근 10경기 타율은 0.323(31타수 10안타)으로, 고질적이던 콘택트 능력도 개선됐다.
한때 0.182까지 내려갔던 시즌 타율은 0.228(302타수 69안타)까지 올라온 상태다. 홈런은 24개로 공동 9위다. 로맥과 비슷하게 홈런을 친 타자들은 대부분 87경기를 소화한 그보다 30경기 안팎의 경기를 더 치렀다.
로맥은 그의 바람대로 내년에도 KBO리그에서 뛸 수 있을까.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가 남은 15경기에서 어떤 활약을 보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만, 트레이 힐만 SK 감독이 지난달 초 했던 발언에서 짐작해볼 수는 있다.
힐만 감독은 8월 5일 수원에서 열린 kt wiz와 방문경기에 앞서 "OPS(출루율+장타율)가 중요하다는 게 내 신념"이라며 "로맥은 비록 타율은 낮지만 '한 방' 능력이 있어 OPS가 높다. 난 그래서 로맥을 기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로맥의 OPS는 0.853이다. 팀 내 주요 선수 가운데 최정(1.106)과 한동민(1.010) 다음으로 높다.
내·외야를 가리지 않는 수비 능력도 큰 장점이다.
로맥은 '코리안 드림'을 꿈꾼다. 요즘만 같다면 SK도 그를 내칠 이유가 없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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