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9월에도 반등 시그널이 잡히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돌아오지 않는 외국인에 대한 불안감과 미국 뉴욕 증권가 유명 투자자들의 비관적인 전망이나 관련 지표들이다.
외국인들은 9월에도 보수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특히 현·선물을 합쳐 보면 외국인의 순매도가 상당히 강하다. 한국 증시가 북한 미사일 문제의 당사국이어서 비체계적 위험 회피를 위해 일부 포지션을 청산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9일 건국절에 추가 도발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데다 북한과 미국이 대화 테이블로 가기 전까지 대립이 더욱 극단적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외국인의 부정적인 수급 흐름은 국내 증시의 반등 기반을 약하게 만든다. 즉, 작은 악재에도 주가가 쉽게 무너지는 모습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외국인 수급과 주가 괴리가 두드러지면 증시가 추가 하락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수급적인 측면에서 주가가 일시적으로 급락하는 현상이 이달에도 이따금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전히 중장기적인 차원에선 외국인 수급을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잭슨홀 연설 이후 달러화 흐름을 보면 저항선을 생각보다 쉽게 깨고 내려갔다.
물론 이달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산축소 등 정책이 나오고,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감세 등이 본격적으로 이슈화될 것으로 보여 달러가 단기적으로 강세 전환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연말 유럽증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종료와 긴축이 논의되고 다음 달과 11월에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 등이 발표되면 달러는 다시 약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로 달러가 추가 약세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국 자산을 완전히 좌시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다. 북한 사태가 극단적으로 치닫지만 않는다면, 글로벌 자금의 신흥국 시장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것이다.
또 다른 불안감은 미국의 자산 거품 논란이다. 칼 아이칸은 최근 '일부 주식 가치평가(밸류에이션)를 보면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투자기회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탈 최고경영자(CEO)도 10년물 금리가 3%를 향해 움직일 것이며, 금리가 오르면 고평가된 위험자산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자 대가들의 경고 근거가 되는 데이터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지표는 필라델피아 동행지수다. 최근 하락세를 보인 필라델피아 동행지수는 7월에 36까지 하락했다. 지표가 하락할 때 경기가 침체를 보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 데이터를 살펴보면 1980년 이래로 이 지수가 50 이하로 하락한 5차례는 경기침체를 겪었고, 4차례는 침체를 겪지 않고 지나갔다. 필라델피아 동행지수 하락과 연결된 경기 침체기는 모두 경기선행지수 하락 기간과 맞물렸다. 이번에는 선행지수가 상승하고 있어 경기침체 우려가 덜하다.
다른 지표는 힌덴부르크 오멘 시그널(Hindenburg Omen Signal)이다. 이 지표는 52주 고점과 저점 비율 등 특정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날이 빈번하게 발생하면 시장이 과열됐다고 해석하는 기술적 지표다.
이 시그널은 2000년 초 정보기술(IT) 버블과 2008년 금융위기 때 적중하면서 유명해졌다. 최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에서 이 시그널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 시그널이 나타났다고 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될 이유는 없어 보인다. IT 버블과 금융위기에 적중한 것 외에도 이 시그널은 과거에 많이 나타났다. 1985년 이래 42차례나 시그널이 발생했는데, 이 중 9차례만 적중했다. 적중률은 21% 수준이다.
즉 폭락 장세에서 시그널이 온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폭락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8∼9월 증시 조정은 지정학적 위험과 부정적인 외국인 수급, 일부 경제·가격 데이터의 위험 신호에 따른 부분이 컸다. 하지만 시장 조정이 장기화하리라는 신호는 아직 없다.
오히려 9월에 집중된 주요국 통화정책 이벤트 등 악재 요인이 해소된 뒤에는 달러 약세가 재개되며 신흥국으로 자금 유입이 다시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달 중순까지도 주가 상승은 저항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장기적으로 여전히 추세가 살아있다고 본다.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나, 투자자들은 마음속으로 분할 매수를 염두에 둬야 하는 시점이다.
(작성자: 김영환 KB증권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
※ 이 글은 해당 증권사와 애널리스트(연구원)의 의견으로 연합뉴스의 편집방향과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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