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인류학자가 탄자니아서 헌 옷 팔며 발견한 새 자본주의

입력 2017-09-06 09:33   수정 2017-09-06 10:09

일본 인류학자가 탄자니아서 헌 옷 팔며 발견한 새 자본주의

오가와 사야카 교수 '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문화인류학을 공부한 오가와 사야카(小川 さやか)가 탄자니아 북서부 므완자에서 헌 옷 장사를 시작한 것은 2002년이었다.

대학원 지도교수가 추천한 농촌사회 대신,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 도시를 조사 대상으로 선택한 것만으로도 모자라 직접 현장에 뛰어든 것이다.

2004년까지 행상을 하면서 경험하고 관찰한 현지 상인의 삶을 인류학적으로 접근한 책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한 묘책: 탄자니아 영세 상인 마칭가의 민족지'는 그에게 권위 있는 학술상인 산토리학예상을 안겨줬다.

이번에 국내에 번역 출간된 '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더난 펴냄)는 현재 리쓰메이칸대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가 행상 경험을 포함해 현지 사회를 15년 이상 연구한 결과물을 담은 책이다.

2006년 탄자니아 정부 조사에 따르면 현지 도시민 3명 중 2명이 영세 자영업, 날품팔이 노동 등 비공식 경제활동에 종사한다.

책은 그만큼 대다수의 삶이 취약하고 불안할 것이라는 우리의 예상을 벗어난다.

므완자 주민들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직업 바꾸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일은 일'이라는 가치관 아래 도전해보는 것이다.

저자의 일을 도왔던 부크와라는 남성만 해도 6년간 거쳐간 직종이 건축업, 서비스업, 영세 제조업, 상업에 이를 정도로 다종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아내 하디자도 재봉일, 자수, 도넛 행상 등 수입에 보탬이 되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는다.

2부는 므완자를 넘어서, 동아프리카의 비공식 교역 형태를 전한다. 저자가 이를 위해 2010년부터 탄자니아 상인과 동행해 각국 국경을 넘나들었다.

한 점포에서 한꺼번에 대량의 물건을 사지 않고 여러 점포를 돌면서 다양한 물건들을 조금씩 사모으는 상인들 모습은 우리에게 낯설다.

단점도 있지만 유행을 놓치는 위험을 줄이고, 한 제품이 안 팔려도 다른 제품으로 장사가 가능한 교역이다.

저자는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에서 일단 시험 삼아 해보고, 벌이가 되지 않으면 다른 일로 바꾸는 이러한 전략이 새로운 시장을 탄생시켰다고 지적한다.

성과에 매달리고 속도에 내쫓기는 자본주의 '틈새'를 파고든 새로운 자본주의의 풍경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지수 옮김. 224쪽. 1만4천 원.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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