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오이린 기념 좌담회·후난성 시찰활동…건강이상설·낙마설 부인하며 건재 과시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실각설, 간암설 등이 나돌았던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한달여만에 잇따라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중앙(CC)TV의 메인뉴스 프로그램인 신원롄보(新聞聯播)는 왕 서기가 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고(故) 야오이린(姚依林) 부총리의 100세 탄신 기념 좌담회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왕 서기는 야오 부총리의 사위다. 신원롄보의 보도 순서는 시진핑(習近平) 주석 관련 4개 소식에 이은 5번째였다.
이날 좌담회는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의 주재로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기조연설에 나서고 류윈산(劉雲山) 중앙서기처 서기, 장가오리(張高麗) 부총리, 자오러지(趙樂際) 중앙조직부장 등이 대거 참석했을 정도로 성대했다.
이에 앞서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왕 서기가 지난 3∼5일 후난(湖南)성에서 시찰 활동에 이어 순시공작 좌담회를 주재했다는 동정 소식을 전했다.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CCTV 등 관영매체들도 일제히 이 내용을 보도했다.
CCTV의 보도 영상에서는 미소를 띤 왕 서기가 현지 관리들과 악수를 나누고 주민들과 대화를 하는 모습을 비췄다.
왕 서기는 또 두자하오(杜家毫) 후난성 서기 등을 대동하고 중처(中車) 주저우(株洲) 전동차공사를 둘러보기도 했다.
감찰팀인 중앙순시공작영도소조 조장도 겸하고 있는 왕 서기는 후난성 좌담회에서 "중국 공산당이 직면한 최대 도전은 권력에 대한 유효한 감독"이라며 "전면 종엄치당(從嚴治黨·엄격한 당 관리)은 궁극적으로 자율정화의 유효한 길을 탐색하고, 말단까지 기강관리를 확장하는 '역사 주기율'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중앙순시공작영도소조 부조장인 자오러지 부장도 참석했다. 자오 부장 역시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 후보중 한명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왕 서기가 공개활동에 나선 것은 시 주석 등 정치국 상무위원들과 함께 지난달 1일 건군 90주년 경축대회에 참석한 이후 한달여만이다. 왕 서기는 경축대회 직후에 열린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 이후로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일각에서 제기된 건강이상설을 부인하는 듯한 그의 이 같은 공개활동은 자신의 정치국 상무위원 유임 가능성을 역설하며 시진핑 2기 체제에서 자신의 역할을 웅변하는 것 같은 모양새다. 장인인 야오이린 부총리와의 연관성을 내세워 자신의 개인적 정통성도 홍보하는 효과를 거뒀다.
시 주석의 최측근 실세이자 반부패 사령탑인 왕 서기는 중국 차기 권력의 향방을 파악할 수 있는 풍향계로 그의 동향과 행보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왕 서기는 은둔에 가까운 조심스러운 행보로 다양한 관측과 억측을 낳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지난 7월1일부터 9월 3일까지 신화통신에 왕 서기의 이름이 모두 18차례 등장했는데 8월 6일부터는 그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이 920차례 등장하고 나머지 5명의 상무위원 이름이 51∼163차례 검색된 것과 대비된다.
지난달초 사망한 중국의 저명 과학자 커쥔(柯俊)과 주잉궈(朱英國)의 영결식에 다른 상무위원들은 모두 조화나 조전을 보냈으나 왕 서기만 별다른 조의를 표하지 않았다.
이후 왕 서기는 지난달 24일 베이징 바바오산(八寶山) 빈의관에서 치러진 안즈원(安志文) 전 국가경제체제개혁위원회 서기의 영결식에 조문을 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사진이나 영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올해들어 미국에 도피 중인 부동산재벌 궈원구이(郭文貴)가 왕 서기 내사설과 함께 왕 서기 가족들의 비리 의혹을 집중 폭로하며 왕 서기의 실각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2일에는 미국에 거주중인 중국 인권운동가 원윈차오(溫云超)가 트위터에 왕서기가 간암 말기 상태에서 투병 중이며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주장을 올리기도 했다.
왕 서기가 건재를 과시한 이번 후난성 공개활동에도 내달 18일 열리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대)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에 유임될지, 퇴임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시 주석은 현재 69세인 왕 서기를 정치국 상무위원직에 대한 불문율인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 원칙을 깨고 유임시키려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왕 서기가 관례를 깨고 유임할 경우 이는 시 주석의 절대권력이 확립됐고, 시 주석의 임기 연장,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최근 시 주석의 1인 권력강화를 내부적으로 경계, 또는 견제하는 듯한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왕 서기가 퇴임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과 등은 베이다이허 회의 이후 작성된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 명부에 왕 서기의 이름이 없다며 퇴임이 유력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시 주석이 왕 서기를 내세워 지난 5년간 강력한 반부패 드라이브로 당정군에서 잠재적 반대세력을 일소한 만큼 자신보다 나이가 5세나 많은 옌안(延安)의 하방(下放) 지식청년 선배 왕 서기와 차기 권력을 분점하기가 부담스러워졌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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