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리나·박용근, 첫 부부동반 인터뷰…"같은 아픔, 큰 버팀목"

입력 2017-09-06 10:33  

채리나·박용근, 첫 부부동반 인터뷰…"같은 아픔, 큰 버팀목"

9일 첫 방송 리얼리티 예능 '별거가 별거냐 시즌2' 출연

"야구장서 첫 만남"…디바 시절 팬이던 남편 "성공한 덕후죠"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야구 모자를 눌러쓴 채 조금 늦게 합류한 남편은 인터뷰 자리가 어색한 듯 멀찍이 앉았다.

부인은 "이쪽으로 가까이 앉으라"며 숫기 없는 남편의 모습이 재미있는지 배시시 웃으면서 유머로 분위기를 풀었다.

"저희 부부가 같이 인터뷰하는 것이 처음이라…. 사람들이 제 남편 얼굴 아래쪽을 가리면 (래퍼) 도끼를 닮았다고 '용끼'라고 불러요. 닮았나요?"

24년 차 가수인 혼성그룹 룰라의 채리나(39)와 프로야구 케이티 위즈(kt wiz)에서 올해 7월 은퇴한 박용근(33) 선수 부부를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만났다. 부부는 햇수로 5년 연애 끝에 지난해 11월 결혼했다. 화려한 예식 대신 11월 11일 웨딩 촬영을 하고 12월 룰라의 김지현 부부와 하와이로 동반 신혼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대신했다.

예능을 어려워하는 채리나와 예능이 처음인 박용근은 최근 고정 출연이라는 큰 결심을 했다. 오는 9일 E채널에서 방송될 스타 부부 별거 리얼리티 예능 '별거가 별거냐 시즌2'에 도전했다.





한창 깨소금을 볶을 신혼에 별거라니. 채리나는 "남편 병간호를 할 때 2년가량 붙어있었고, 남편이 kt 2군에서 뛸 때 지방에 머물러 1~2주에 한 번씩 보다가 은퇴하고서 붙어있으니 이번 기회에 방학을 줘보기로 했다"며 "사실 그보다 은퇴한 남편에게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다. 남편은 야구계에서 계속 일할 계획인데, 올해는 나와 마무리를 해보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박용근은 "아직 방송이 적응 안 된다"며 "내가 잘하면 더 이상한 것 아닌가. 말수가 적은 편인데 카메라 앞에서 뭔가를 해야 할 것만 같아서 자꾸 혼잣말을 하게 된다"고 멋쩍은 듯 웃었다.

채리나는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악플이 무서워 방송 기피증이 심해졌지만, 결혼 후 안식처를 찾으면서 두려움을 조금씩 벗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세상 사람이 다 손가락질해도 든든한 제 편이 있으니 '해보지 뭐'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최근 방송된 MBC TV '라디오 스타'도 여러 번 고사하다가 생각이 바뀌면서 나갔는데 정말 큰 용기가 됐어요."

박용근도 "아내가 결혼 전 감정 기복이 있었는데 얼굴이 밝아지고 안정된 느낌이 든다"고 거들었다.

여느 연상연하 커플과 다를 바 없지만 이들 부부의 인연은 영화처럼 극적이었다. 누나 동생으로 친분이 있던 두 사람은 2012년 신사동의 한 주점에서 벌어진 칼부림 사건에 휘말렸고, 이때 박용근은 피습을 받아 생사를 오갔다.

채리나는 "남편이 심정지가 세 번 올 정도로 위독했다"며 "병원에 있을 때 나의 기도는 '이 친구를 살려주세요. 깨어나면 원하는 것 다 들어줄게요'였다. 그런데 정말 살아줬다. 버텨준 것이 고마웠고 포기하지 않고 생명을 구해준 의료진에게도 정말 감사했다"고 떠올렸다.

연인으로 발전한 것은 의식을 회복한 박용근이 병상에서 문자 메시지로 고백을 해오면서다.

박용근은 "내 마음을 받아줄 것이란 확신보다 그땐 그냥 진심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문자를 받고 바로 병원으로 간 채리나는 "그날 얼굴을 보고 집에 돌아오면서 만남이 시작됐다"며 "처음에는 연민의 감정이었지만 지금은 내가 더 사랑하는 것 같다"고 남편을 바라보며 웃었다.

아픈 곳이 같다는 두 사람은 여전히 그날의 트라우마가 있다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는데 그 징후가 오면 서로를 이해해준다. 그래서 감사하고 더 애틋하다"고 말했다.






둘의 첫 만남은 야구장이었다. 야구의 '야'자도 모르는 채리나는 지인의 제안으로 잠실종합운동장에 야구 경기를 보러 갔다. LG트윈스에서 뛰던 박용근이 당시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하던 때였다.

박용근은 "친한 형이 리나 씨와 함께 야구장에 온다고 했다"며 "내가 사실 리나 씨가 룰라에 이어 디바로 활동하던 시절 팬이었다. 농이 아니라 진짜 팬이었다. 그래서 얼굴을 직접 보고 싶었다. 그런데 부부가 됐으니 '성공한 덕후'인 셈"이라고 웃었다.

채리나는 "한번은 속초에 가서 남편과 야구하던 친구들을 만났는데 '중학교 때 디바의 '왜 불러'를 듣고 다니며 좋아하더니 신기하다'고 말했다"며 "게다가 시아버지는 생전 아들 야구장을 다닐 때 미니 카세트로 룰라 노래를 듣고 다니셨다고 한다. 시아버지 산소에 갔을 때 남편이 그 얘기를 해줬다. 아버지가 맺어준 인연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채리나는 연애 시절 남편에게 감동한 기억도 꺼냈다.

"제가 외상 후 스트레스가 심해 잠을 자면 베개가 젖을 정도로 아팠을 때였어요. 남편 본인도 야구를 다시 할 수 있을지 인생의 기로에 있을 때인데, 제 곁에서 밤새 간호를 해준 적이 있어요."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24년간 야구를 하면서 몇 번의 고비를 이겨낸 남편이 멋지다면서 은퇴 결정을 응원한다고 했다. 박용근은 병상에서 일어나 선수 생활을 이어갔지만 다시 발목 부상으로 고생하다가 1군으로 복귀하지 못한 채 그라운드를 떠났다.







부부는 얼마 전 경기도 용인시 죽전으로 이사를 가 채리나의 부모와 함께 리트리버를 기르고 텃밭을 일구면서 살고 있다.

채리나는 "서울은 집값이 너무 비쌌고, 어머니가 텃밭을 일구고 싶어했다"며 "주위에서 제가 오이, 고추, 부추를 기르면서 살 줄 몰랐다고들 한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공기가 맑아 건강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로에게 어떤 의미인지 묻자 이번엔 남편이 먼저 답했다.

"든든한 버팀목이라고들 하잖아요. 정말 너무나 큰 버팀목이에요. 전 야구밖에 몰라서 아무것도 모르고 세상에 나왔는데, 저의 부족함을 잘 채워주는 사람이죠."(박용근)

"'산소처럼 없으면 안 되는 존재'라는 말은 너무 오글거리는 것 같고요. 하늘이 내려준 인연이라고 믿고 있어요."(채리나)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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