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가 미국인 일자리 뺏고 범죄 늘렸다' 트럼프 주장은 사실아닐듯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불법 체류 청소년들의 추방을 유예하는 '다카'(DACA) 프로그램의 폐지를 전격 결정하면서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한인들을 포함해 수십만 명에 이르는 청년이 미국에서 쫓겨날 위기로 내몰린 가운데 정치권과 경제계 등을 중심으로 찬반 논란이 거세다.
다카는 어떤 프로그램이며 대상자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지, 트럼프 행정부가 폐지 결정을 내린 이유와 그 논리가 과연 합당한지 등을 문답풀이로 정리했다.
-- 다카란 정확히 어떤 프로그램인가.
▲ 다카란 '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의 약자로 어렸을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들어와 불법 체류하는 청년들을 강제 추방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 의회에서 가족과 집, 직장을 가진 수백만 불법 체류자의 지위에 관한 법률안 통과가 무산되자 2012년 6월 다카 프로그램을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공표했다.
불법 체류자 가운데 2012년 6월15일 현재 만 31세 미만으로 2007년 이후 계속 미국에 거주했으며, 16세 이전부터 미국에서 자란 청년이 이 프로그램 적용 대상이다. 아울러 학교에 재학 중이거나, 대학 졸업장을 받았거나, 미군에서 복무 중이며, 중범죄로 기소된 전과가 없어야만 다카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됐다가 나중에 중범죄를 저질러 체포될 경우 고향으로 추방된다.
대통령 명령에 따라 미 행정부는 이른바 '드리머'(Dreamer)로 불리는 수혜자들에게 취업허가를 내주거나 사회보장번호를 발급함으로써 이들의 강제 추방을 막았다. 이런 허가는 2년마다 갱신된다.
AP통신에 따르면 80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드리머'의 절대다수는 멕시코 출신 청년들이며, 이들 중 4분의 1이 캘리포니아 주에서 거주하고 있다.
-- 폐지 후 '드리머'들의 운명은.
▲ 다카 프로그램이 폐지되면 '드리머'들은 원칙적으로 취업 등의 허가가 만료되는 즉시 추방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6개월의 유예 기간을 두기로 함에 따라 2018년 3월5일 전까지 만료되는 '드리머'들은 올해 10월5일까지 갱신할 수 있다. 그러나 이후 만료되는 '드리머'들은 더는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강제 추방의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AFP 통신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만료되는 수혜자가 20만여 명, 내년 말까지 만료되는 수혜자가 27만5천여 명이다. 나머지 '드리머'들의 체류 허가는 2017년 1∼8월 끝난다.
변수는 미 의회의 대체 입법 여부다. 의회는 다카 프로그램을 대신해 불법 체류 청년들의 법적 신분을 보장해주는 내용의 법안 처리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미 의회에는 이들에게 합법적인 영구거주 자격을 주는 내용의 법안이 한 건 발의돼 있다.
-- 트럼프는 왜 다카를 없앴나.
▲ 다카 프로그램을 폐지하면서 내세운 이유는 이 제도가 미국의 법과 헌법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합법적인 이민자에게는 불공평한 제도이며, 대통령 행정명령의 형식으로 의회의 권한을 침해했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기본적인 견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대선 과정에서 다카를 가리켜 "불법"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텍사스를 비롯한 10개 주(州)가 다카를 폐지하지 않으면 미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겠다고 압박한 것도 폐지의 명분이 됐다.
-- 다카로 불법 이민과 범죄가 급증했다는 주장은 사실인가.
▲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로 인해 중앙아메리카 출신 청년들의 불법 이민이 급증하고 미국 내 엘살바도르 갱단인 'MS-13'과 같은 범죄 조직에 합류하고 있다는 주장을 폐지의 근거 중 하나로 내놨으나, 이는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크다.
AP 통신이 미 회계감사원(GAO)의 2015년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에서 부모와 동행하지 않은 청소년들의 이민이 급증한 주요 원인은 해당 국가의 범죄와 경제적 기회 부족이다. 이미 미국에 있는 가족과의 재회, 밀입국 알선조직의 공격적인 모집 등도 그 이유로 제시됐다. 아울러 미 의회가 조만간 불법 체류자들에게 시민권을 주는 내용의 이민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불법 이민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다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또한, 지난 6월 열린 MS-13 관련 의회 청문회에서도 참석한 미 행정부 관료 중 아무도 다카를 원인으로 지목하지 않았다.
-- 다카로 미국인들이 정말로 일자리를 뺏기고 있나.
▲ 다카 프로그램 폐지의 또다른 주요 명분은 미국인의 일자리 문제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이날 "다카가 불법 이방인들에게 일자리를 허락하면서 수십만 미국인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고 주장했고,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다카 수혜자와 같은 연령대의 미국인 중 400만 명 이상이 실업자"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경제학자나 기업인은 드물다고 AP는 전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최근 16년 간 가장 낮은 수준이며, 미국 기업들은 2001년 이후 가장 많은 620만 개의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미국 사회의 고령화 추세를 이민자들이 완화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아울러 이민자들이 미국인보다 창업을 많이 해 일자리 창출에 더 기여하는 경향이 있다고 이 통신은 보도했다.
-- 다카가 과연 미국의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가.
▲ 다카 프로그램을 줄곧 불법이라고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연방정부의 법무장관과 많은 주의 법무장관, 대부분의 최고 법률 전문가들이 이 프로그램은 불법이고 반헌법적이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이론의 여지가 크다는 게 외신들의 판단이다. 지난달 100명 이상의 로스쿨 교수와 강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우리의 견해로는 다카가 합법적인 기소재량의 행사라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반박한 것이 그 근거다. 스티븐 예일-로어 코넬대 교수는 AFP 통신에 "가장 덜 문제를 일으키는 대안은 바로 다카 프로그램을 지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다카 프로그램에 이의를 제기한 10개 주 법무장관 중 하나인 허버트 슬래터리 3세 테네시 주 법무장관은 인도적 요소를 고려해 의회가 이 문제를 결정하게 해야 한다고 견해를 바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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