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지진연구센터장 "지진정보 제공 제한 없애야"
지질연 7일 '9·12 지진 세미나'서 조사결과 발표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지난해 9월 12일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 지진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현재 경주 지진은 점차 안정화돼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7일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리는 '9·12 지진 이후 1년, 지진 방재대책의 오늘과 내일'을 주제로 한 국제 세미나에서 지난 1년 동안의 지진·단층 조사결과를 발표한다.
지질연은 지난 1월 중간조사 결과 발표에서 "경주 지진이 '양산단층'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단층(무명단층) 사이 지하 11∼16km 부근에서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무명단층은 기존에 알려진 양산단층과 모량단층 사이에 있는 소규모 단층이다.지질연이 지난해 9월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뒤 긴급 조사팀을 투입해 경주 인근 진앙(震央) 일대를 조사한 결과 이 부근 북북동과 남남서의 방향으로 70도 기울어진 형태로 엇갈려 생긴 '주향이동단층'(두 개의 지층이 좌우 방향으로 미끄러져 형성된 단층)의 활동으로 지진이 난 것으로 분석됐다.
지질연은 이후 일본 지질조사국(GSJ) 연구진과 공동으로 경주지진 진앙 주변 지진 자료를 사용해 단층 파열 과정을 추가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규모 5.1 전진의 단층 파열은 북북동에서 남남서 방향으로 전파됐으며, 규모 5.8 본진은 거꾸로 남남서에서 북북동 방향으로 전파된 것으로 나타났다.
단층면의 폭과 길이는 전진의 경우 각각 4km, 본진은 각각 5km 내외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강진이 계속된 시간은 1.5초 내외였다.
앞으로 추가 연구를 통해 물리적인 현상을 규명함으로써 피해가 집중된 방향을 파악할 수 있다.
지질연은 또 1년 동안 여진을 통해 응력(땅에 쌓이는 힘)이 어느 정도 해소돼 경주 지진이 점차 안정화돼 가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한반도의 지진환경을 고려하면 언제든지 중규모 지진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질연은 설명했다.
선창국 지질연 국토지질연구본부장은 "최근에는 경주에서 규모 2.0∼2.5 이상의 유감(有感) 지진이 발생하지 않아 어느 정도 응력 에너지가 방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판 경계가 아닌 내부에서도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국내의 지진 상황에 대한 정보 전달 방식의 문제점도 제기된다.
지난해 경주에서 강진이 잇따라 발생했지만, 이를 신속히 알려야 할 국민안전처의 문자 발송이 늦었고 홈페이지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비난을 샀다.
이 때문에 민간인 개발자가 집단지성을 이용한 '지진희알림' 서비스를 개발해 지진 상황을 자체적으로 공유하기도 했다.
현재 관계 법령에 따라 기상청장 외의 자는 지진·지진해일·화산에 대한 관측 결과와 특보를 발표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박정호 센터장은 '한국형 지진조기경보체계 및 기간산업 시설 활용 연구'를 주제로 한 발표 자료를 통해 "현재 기상청장 승인 사항으로 돼 있는 지진정보 제공 제한을 해제하고, 연구 결과는 기상청장의 승인이 없이도 신속하고 자유롭게 발표할 수 있도록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지질연은 국가 기간산업 시설 등의 지진에 신속 대응하기 위한 현장 경보용 기술과 국가 관측망 기반 지진 조기경보시스템을 결합한 한국형 하이브리드 지진 조기경보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9·12 경주 지진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환경에 맞는 지진동 예측식을 도출, 신속 진도도 표출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앞으로 경주 지역을 통과하는 양산단층의 정확한 위치와 파쇄대 범위, 단층대 지질특성 등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이게 되며, 이런 연구 결과는 국내 최초로 발간 예정인 단층주제도에 담길 예정이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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