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남아도는 쌀 문제, 해외원조로 해결되겠나

입력 2017-09-06 19:07  

[연합시론] 남아도는 쌀 문제, 해외원조로 해결되겠나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쌀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남아도는 쌀을 개발도상국에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달 29일 이미 쌀 지원을 위한 식량원조협약(FAC) 가입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비준동의 절차를 거쳐 쌀 원조를 위한 국내 절차를 연내에 마무리한다는 것이 농림축산식품부와 외교부의 계획이다. 인도적 목적의 식량 지원을 목표로 맺어진 FAC에는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 호주 등 14개국이 가입돼 있다. 회원국들은 쌀 등 현물이나 돈을 기준으로 최소 원조 규모를 서약한 뒤 약속대로 제공한다. 국내 절차 거쳐 FAC 사무국에 가입 신청서를 내 승인받고, 유엔 사무국에 가입 문서를 기탁하면 가입절차가 완료된다.



정부는 가입 첫해인 내년에는 5만t 규모의 국산 쌀을 유엔식량계획(WFP) 등을 통해 개도국에 지원할 예정이다. 차질없이 원조가 이루어지면 20만∼30만t에 달하는 연간 쌀 과잉공급 물량의 최대 25%를 소진할 수 있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우리 농민들의 값진 결실인 쌀을 통해 전쟁과 자연재해, 전염병 등으로 고통받는 빈곤국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고 국내 쌀 수급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랑 치고 가재도 잡겠다는 말이지만 왠지 공허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대외원조도 일시적으로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젠 쌀 공급과잉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정책을 생각해야 한다. 지난해 우리의 쌀 생산량은 420만t으로 적정량 390만t을 30만t 초과했다. 햅쌀 출하 시기 쌀 값(80㎏당 12만9천700원)은 20년 전인 1996년(80㎏당 13만6천700원)보다 쌌다. 햅쌀 출시를 앞둔 요즘 산지 가격은 10만 원대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공급과잉이 해마다 되풀이되면서 정부의 쌀 재고도 지난 3월 말 현재 229만t에 달해, 적정량(80만t)의 세 배에 근접했다. 쌀이 남아돌고 가격이 폭락하는데도 쌀 생산이 줄지 않는 것은 쌀값 하락분을 정부 예산으로 메워주는 직불금 제도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논 1ha당 100만 원을 주는 고정직불금제와 목표 쌀값에 시장가격이 미치지 못하면 차액의 85%를 보전해주는 변동직불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쌀 과잉생산→가격하락→직불금 보전→과잉생산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조3천억 원대의 직불금을 비롯해 공공 비축미 매입비용, 재고 쌀 보관비용 등을 합쳐 올 한해에만 3조2천500억 원의 재정이 투입된다고 한다. 쌀 200만t의 보관비용만 연간 6천억 원이 넘게 든다고 하니 문제의 심각성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궁여지책으로 남는 쌀을 빈곤국에 원조한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처방은 될 수 없다. 쌀 재배면적과 생산 자체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검토해야 할 때다. 정부는 쌀 대신 다른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에게 보조금을 주는 생산조정제를 내년에 도입한다고 한다. 만성적인 쌀 과잉생산 해결의 실마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직불금제를 그냥 두고는 생산조정제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단계적으로 직불금을 축소하면서 다른 작물을 재배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농정 당국의 인식 전환이다. 쌀 과잉생산을 방치하면서 한해 3조 원 넘는 재정을 쏟아붓는 것을 정부 정책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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