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혹은 그림자·큰비·진달래꽃 다시 읽기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 사람을 공부하고 너를 생각한다 = 1998년 등단해 입담과 해학으로 주목받아온 소설가 김종광(46)의 첫 산문집.
50편의 글을 엮었다. 서민의 일상에서 재미와 웃음을 포착하고,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온 이야기를 덤덤하게 풀어낸다. 2군만 전전하다 마침내 선발출장 기회를 얻었는데 자기 방향으로 공이 오지 않는 유격수 얘기, 인정 많고 순해 빠진 검찰청 9급 공무원의 좌충우돌 벌금징수기 등.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생각도 엿볼 수 있다.
"10여 년간 글을 많이 읽고 많이 썼지만, 스스로 글 쓰는 방법을 터득하기는커녕, 고통스럽고 막막함의 정도만 더해가니, '절로 잘 쓸 수밖에 없게 된다'가 아니라 '써도, 써도 발전이 없다'였다."
교유서가. 352쪽. 1만4천원.
▲ 빛 혹은 그림자 = 스티븐 킹, 조이스 캐럴 오츠, 제프리 디버, 마이클 코널리 등 쟁쟁한 작가들이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단편소설을 한 편씩 모았다.
스티븐 킹은 호퍼의 작품 중 '뉴욕의 방'을 선택해 대공황 시기를 사는 부부를 그린다. '오전 열한시'를 보고 쓴 조이스 캐럴 오츠의 '창가의 여자'는 창가에 앉아 오전 11시가 되기를 기다리는 여자의 이야기다.
문학동네. 로런스 블록 엮음. 이진 옮김. 440쪽. 1만8천원.
▲ 큰비 =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 편집장 출신인 작가 정미경(44)의 장편소설. 올해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받았다.
큰비를 내려 도성을 쓸어버리고 미륵 세상을 맞으려는 무녀들의 이야기다. 경기도 양주의 무당 무리가 일으킨 실제 역모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
"무녀를 겁박하는 세상을 뒤엎고 싶습니다. 다시는 그렇게 무참히 죽어가는 무녀들이, 참혹하게 내쳐지는 여인들이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나무옆의자. 280쪽. 1만3천원.
▲ 진달래꽃 다시 읽기 = 김만수 인하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김소월의 시집 '진달래꽃' 전체를 한판의 굿으로 해석하며 다시 읽는다.
앞부분 시들이 귀신을 불러오기 위한 달콤한 유혹이라면, 귀신과 만난 이후 화자의 외침과 중얼거림은 무당의 언어처럼 거침없고 위험하다.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라고 절규하는 '초혼'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전자의 시는 달콤하지만 유치하며, 후자의 시는 격정적이지만 위험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진달래꽃' 등 귀신을 돌려보내기 위한 후반부의 시들을 높이 평가한다.
강. 316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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