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아닌 보쉬가 모델"…업계서도 "가능성 작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최근 LG그룹 계열사들이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사업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내친김에 완성 전기차 사업 진출을 검토하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현재 생산하고 있는 부품만으로도 거의 완성차를 만들 수 있는 수준에 달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나 LG측은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면서 손사래를 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 계열사 가운데 LG전자가 전기차 구동모터, 인버터, 배터리팩 등을 생산하는 것을 비롯해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LG하우시스는 차량용 내외장재, LG이노텍은 차량용 카메라모듈 등을 각각 생산하고 있다.
또 LG전자는 최근 미국 미시간주(州)에 285억원을 투자해 전기차용 배터리팩과 모터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 ㈜LG와 공동으로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업체 'ZKW' 인수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계열사가 생산하는 부품은 대부분 전기차의 핵심을 구성하는 것들로, 사실상 조립만 하면 완성차가 생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실제로 스위스계 금융그룹 UBS는 최근 보고서에서 배터리, 전기모터, 고압케이블, 파워트레인 등 LG그룹 계열사에서 공급하는 부품이 GM의 전기차 '볼트(Volt)'의 생산비용 가운데 56%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LG그룹이 당장 완성차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무엇보다 완성차 사업에 뛰어들 경우 전기차 부품공급 부문의 매출 비중이 큰 계열사들 입장에서는 기존의 국내외 고객업체가 곧바로 경쟁사로 바뀌면서 계약이 모두 끊길 수밖에 없어 '소탐대실'의 결과를 초래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아울러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생산과정이 단순하기 때문에 향후 진입장벽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자칫 '레드오션'에 발을 담글 우려 등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LG그룹은 기본적으로 전기차 생산업체인 '테슬라'가 아니라 종합 전장업체인 '보쉬'를 사업모델로 보고 있다"면서 "완성차 사업에 뛰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LG 계열사 관계자도 "완성차 사업 진출은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가 부품을 공급하는 고객 업체들이 있는 상황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조차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삼성전자가 세계적 전장업체인 미국의 하만을 인수하는 등 전기차 장비·부품 산업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LG나 삼성이 자율주행차나 전기차 사업에 도전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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