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세대 윤상 "전자음악 진화 지켜보는 재미있죠"

입력 2017-09-07 07:45   수정 2017-09-07 08:14

아날로그 세대 윤상 "전자음악 진화 지켜보는 재미있죠"

"홍보 안 해도 유럽서 뜨는 K팝 만들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가수이자 음악 프로듀서 윤상(본명 이윤상·49)은 올해 우리 나이로 '지천명'(知天命)이다. 아날로그 시대였던 1990년대 소녀 팬들의 마음을 훔쳤던 '오빠'는 이제 중년이 됐다. 음악 스타일도 외모도 바뀌었지만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계속 변화를 시도했다는 것.

지난 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윤상은 "50살에 하늘의 뜻을 안다니, 그건 공자님이 잘못 생각하신 것 같다. 아직 알아야 할 건 많다"며 웃음 지었다.

국내 대중음악에 전자음악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1세대인 그는 2015년 다빈크, 스페이스 카우보이와 함께 전자음악팀 '원피스'(1piece)를 결성해 첫 EDM(일렉트로닉댄스뮤직) 싱글 '렛츠 겟 잇'(Let's get it)을 내놨다. 이 곡은 한국 EDM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역시 윤상'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윤상은 쉴 틈 없이 지난 4월 일렉트로닉 전문 레이블 '디지털리언 스튜디오'를 출범했고, 원피스에 프로듀서 완구를 합류시켜 신곡 '얼론'(Alone)을 공개했다. 이어 '얼론'과 '렛츠 겟 잇'의 리믹스 대회를 진행해 '어 피스 오브 어니언'(Apieceofonion)이라는 신예를 발굴했다.

윤상에게 전자음악은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뮤즈인 걸까.

"제가 음악을 시작할 때 전자악기의 혁명이 일어났어요. 그룹 '뚜와에무와'의 이필원이 최초로 방송에 신시사이저를 소개했죠. 충격적이었어요. 이후로 대중음악에 전자악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지켜본다는 것은 역사를 보는 느낌이에요. 이 바닥에 있는 이상 진화 과정을 계속 보고 싶어요."





그는 EDM이 최근 각종 음악축제를 점령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일렉트로닉은 음악의 한 장르로 자리 잡지 못하고 '즐거움거리' 단계라고 평가했다.

그는 "외국에서는 제 또래인 데이비드 게타나 1989년생인 제드 등 다양한 연령대의 DJ가 팝 프로듀서로 겸업하며 '메가 싱글'을 낸다"며 "한국에서도 일렉트로닉 색깔이 넣으면서도 충분히 히트곡을 탄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발라드와 힙합으로 양분된 대중음악계에서 일렉트로닉 장르를 생존시키기 위해 '디지털리언 스튜디오'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대형기획사나 방송 예능을 통하지 않으면 음원을 알릴 길이 없는 환경의 돌파구라는 뜻이다. 설립 취지처럼 디지털리언 스튜디오는 매월 한 곡씩 일렉트로닉 장르의 유망주를 소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음악 하는 사람의 가장 중요한 미덕은 음악인데 지금은 예능의 재능이 음악 이상으로 필요한 시대"라며 "음악적으로 믿을 수 있는 친구들을 모아 크루를 만들었고, 여기서는 어느 아티스트든 특별한 싱글을 만들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프로듀싱을 맡은 걸그룹 러블리즈를 향한 남다른 애정도 드러냈다.

윤상은 "러블리즈 멤버들은 부끄러움이 많은데 그것조차 장점으로 만들어주고 싶었다"며 "서양에선 수줍음이 공감하기 어려운 정서지만 동양에선 통한다. 실제로 아저씨들이 러블리즈를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동년배 가수 윤종신이 최근 '괴물 신인' 워너원 등을 제치고 싱글 '좋니'로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한 것에 대해서는 "윤종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추켜세웠다.

"그 친구는 몇 가지 기적을 만들었죠. 처음에 다들 반대했던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기 위치를 만들었고, '월간 윤종신'은 7년째 하고 있어요. 저도 자극은 받지만 '나도 해봐야지'란 생각은 안 들어요. 종신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 아니겠어요? 저는 제 페이스대로 해야죠."







윤상은 인터뷰 직후 또 다른 스타 작곡가 용감한형제와 함께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는 강연에 참석했다.

그는 사회자가 음악이 주는 기쁨을 묻자 한참을 고민하다 "처음엔 힘들 때 음악을 들으며 나보다 더 힘든 감정을 느끼는 사람도 있구나, 위로 받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다음에는 음악의 즐거움 덕분에 현실 세계에서 도피할 수 있었고, 마지막에는 직접 음악을 만든다는 즐거움이 있다"며 "하지만 평생 음악을 만들겠다고 마음먹은 뒤에는 괴로움이 시작됐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가장 위로가 된 음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꼽으며 "제가 클래식을 좋아하진 않지만 죽은 왕녀가 그 사람에겐 어떤 의미였길래 이렇게 슬픈 멜로디를 만들었을까 싶었다"고 답했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서는 "이제 최소한 유럽에서 자연스럽게 뜨는 곡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K팝도 사람이 아니라 노래 자체가 매력 있어서 홍보하지 않고도 뜨길 바란다. 그게 나이 먹은 프로듀서로서 가진 숙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노트북 한 대로 노래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라며 "소셜미디어에 글을 쉽게 올리는 것처럼 3∼4곡이 담긴 미니앨범도 누구나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cl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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