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의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다 경질된 전직 검찰총장의 운전사가 의문의 총격을 당해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말레이시아키니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쿠알라룸푸르 암팡 지역에서 압둘 가니 파타일 전 말레이시아 검찰총장의 운전사 무스타파(40)가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중상을 입었다.
그는 자택을 나선 직후 헬멧으로 얼굴을 감춘 괴한 두 명에게 습격을 당했으며, 이들은 무스타파의 왼쪽 다리에 총을 쏜 뒤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난 것으로 조사됐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압둘 전 검찰총장과는 무관한 사건으로 보인다고 밝혔지만, 현지에선 정황상 압둘 전 검찰총장을 비롯한 '1MDB 스캔들' 관련 증인들에 대한 경고성 테러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MDB 스캔들은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와 측근들이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수십억 달러의 나랏돈을 유용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다.
1MDB는 2015년말 천문학적 부채가 드러나면서 비리 여부에 대한 조사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나집 총리의 개인 계좌에 6억8천100만 달러(약 7천700억원)의 돈이 흘러들어 간 정황이 포착됐다.
이에 나집 총리는 압둘 당시 검찰총장을 경질했고, 후임인 모하메드 아판디 알리 현 검찰총장은 이 돈이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의 합법적 정치기부금이라면서 수사를 종결했다.
자금세탁처로 이용된 미국과 스위스, 싱가포르 등은 1MDB에서 최대 60억 달러가 횡령됐다고 보고 국제 공조수사를 지속해 왔지만, 보복을 두려워한 증인들이 진술을 거부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최근 1MDB에서 빼돌린 자금으로 조성된 미국 내 자산에 대한 추가 압류소송이 진행 중인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에 증인의 신원을 비밀로 해 달라고 요청했다.
FBI측은 1MDB 사건 관련 증인들이 본인과 가족의 안전에 심각한 위험이 초래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 총리실과 1MDB 측은 아직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나집 총리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당내 반대세력을 축출하고 이르면 올해 치러질 차기 총선을 준비해 왔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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