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자서전서 패인 분석…"결국 후보였던 내 탓"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지난해 미국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자서전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을 '미국인의 화와 분노를 부추기는 리얼리티 쇼'에 비유했다.
6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이 소개한 클린턴의 새 자서전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What Happened)'에 따르면 클린턴은 작년 대선의 패인을 분석하면서 "나는 신중하게 생각해낸 정책, 공들여 구축한 연합과 함께 전통적인 대선 캠페인을 펼쳤다. 하지만 트럼프는 미국인들의 화와 분노를 능숙하게 또 가차 없이 부추긴 리얼리티 TV쇼를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극적인 유세활동에 자신이 밀렸다는 의미다.
클린턴은 그러나 결과적으로 자신의 책임이 크다고 인정했다.
클린턴은 "나 자신의 부족한 점과 우리가 한 실수를 돌이켜보건대 나는 그 모든 것에 책임을 진다. 데이터와 메시지 등등을 탓할 수 있겠지만 결국 후보는 나였다. 내 캠페인이었고, 내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모두의 발밑에서 땅이 얼마나 빠르게 이동하는지 깨닫지 못했다고 말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종합적인 패인을 분석했다.
클린턴은 월가 고액 강연,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을 쓰기로 한 결정 등 대선 기간 논란이 불거진 자신의 과거 행동이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인정하며 후회를 내비쳤다.
성차별적 인식으로 유권자에게 더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없었다고도 덧붙였다.
책에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그의 선거운동에 의구심을 제기한 사람들에 대한 솔직한 심정도 담겼다.
특히 그는 대선 경선 경쟁자였던 샌더스 의원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샌더스)의 공격이 선거에서 진보 진영의 통합을 더 어렵게 만들고 트럼프의 '부정직한 힐러리' 캠페인에 길을 열어줘 오래가는 상처를 남겼다."
아울러 클린턴은 대선을 불과 11일 앞두고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를 발표한 것을 두고 "코미의 편지가 그림을 뒤집었다"며 막판 선거 판도를 뒤흔든 패인으로 꼽았다.
CNN은 이 책 여러 부분이 현대 미국 정치에서 가장 예측 불가능했던 선거 패배를 공부하는 학생이 쓴 기말 리포트처럼 읽힌다고 평가했다.
클린턴은 책에서 딸, 어머니, 남편과의 관계 등 개인적인 이야기도 털어놨다.
그는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결혼 생활에 대해 "슬프거나 화난 날보다 행복한 날이 더 많다"며 이들 부부의 관계를 둘러싼 세간의 안 좋은 추측에 맞섰다고 CNN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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