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이틀째 대통령궁서 대통령 등 지도자들과 회동…내전화해 미사 예정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7일(현지시간) 콜롬비아인들에게 반세기 넘게 이어진 내전의 상처를 달래기 위한 화합의 메시지를 전했다.
교황은 콜롬비아 방문 이틀째인 이날 수도 보고타 대통령궁 앞에서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을 비롯한 정·재계 지도자들과 만났다.
교황은 "50여 년간의 피비린내 나는 내전에 따른 복수를 피해야 한다"면서 "지도자들은 폭력으로 이어질 불평등의 원인을 해소하기 위해 정당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콜롬비아인들은 장기적인 약속으로서 평화를 바라봐야 하고 당파적 정치에 의해 평화가 약해지도록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그동안 콜롬비아에는 너무 많은 증오와 폭력이 있었다"며 "평화와 이해로 이끄는 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질수록 서로를 인정하려는 우리의 노력도 한층 더 커질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산토스 대통령은 "우리의 화해를 향한 첫걸음을 격려하고 동행하기 위해 콜롬비아를 방문해줘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이어 "우리가 서로를 적으로 계속 바라봤다면 내전을 끝낼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용서를 모색하고 실제로 용서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르헨티나 태생으로 사상 첫 중남미 출신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날 콜롬비아에 도착, 5일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교황은 지난해 초 정부와 반군이 내전을 끝내기 위한 평화협정에 합의하면 콜롬비아를 방문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번 방문길에 올랐다.
작년 말 정부와 평화협정을 체결한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은 지난 6월 26일 보유한 무기 중 방범용 일부 무기를 제외한 7천여 점을 유엔에 반납해 사실상 무장해제 절차를 마쳤다.
제2 반군인 민족해방군(ELN)도 정부와 지난 2월부터 공식 평화협상에 돌입했고, 교황 방문을 이틀 앞둔 지난 4일 오는 10월 1일부터 내년 1월 12일까지 102일 동안 한시적인 정전에 들어가기로 전격 합의했다.
하지만, 콜롬비아에서는 평화협정의 조건을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과 분열이 지속되고 있다.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도 보수층과 내전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폭력과 살인을 일삼은 반군에 대한 사면과 관대한 처벌을 우려하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콜롬비아에서는 53년간의 내전으로 약 26만 명이 사망했고, 6만 명이 실종됐다. 700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는 등 내전이 할퀸 상흔이 막대하다.
교황은 산토스 대통령과 평화협정 중재에 힘을 보탠 가톨릭 교회 지도부 등과도 회동하고 시몬 볼리바르 공원에서 대규모 미사를 집전한다.
또한 중부 도시 비야비센시오에서 내전 기간 살해된 두 가톨릭 사제를 시복하고, 게릴라 반군과 전직 군인, 폭력사태 피해자 등의 국가적 화해를 위한 미사를 주재한다.
마약의 근거지로 악명높은 콜롬비아 제2 도시인 메데인에서는 고아들을 만날 예정이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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