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10년 된 포맷 필요했을까…'크리미널 마인드'

입력 2017-09-10 10:00   수정 2017-09-10 16:50

굳이 10년 된 포맷 필요했을까…'크리미널 마인드'

캐릭터 부조화 속 범인 카메오가 더 강렬…시청률 2%대 답보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보이스'부터 '터널'까지 독특하고 세련된 한국형 수사극이 넘쳐나는데 굳이 바다 건너 10년 된 포맷을 그대로 가져올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손현주부터 이준기·문채원까지 호화 캐스팅에 200억원 제작비로 시작부터 기대를 모은 tvN 수목극 '크리미널 마인드'가 2%대 시청률에서 답보하고 있다.

2005년 미국 CBS에서 처음 방송해 곧 시즌13 방송을 앞둔 동명의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크리미널 마인드'의 가장 큰 벽이자 문제점은 역시 원작이다.

과학수사를 내세운 'CSI' 시리즈, 현장 수사와 심리전을 곁들인 '로 앤 오더' 시리즈가 한창 인기일 때 '프로파일링'이라는 새 장르를 개척한 '크리미널 마인드'는 블루오션이었다. 단단히 미친 사이코패스들의 등장과 감각적인 연출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그 신선함도 10여 년 전의 것이다. 원작이 계속 사랑받는 것은 초반 입문한 팬들이 캐릭터들에 정이 들어 '충성'하는 덕분이기도 하다.

리메이크작은 그런 팬이 없는 데다, 국내에서도 프로파일링이 더는 신선한 소재가 아닌 상황이라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다. 그러나 tvN '크리미널 마인드'는 포맷도, 플롯도, 캐릭터도 그대로다. 당연히 '다운그레이드'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에피소드부터 초반 폭파 사고와 살인마 리퍼의 등장, 현장 요원이 범인 누명을 쓰는 것 등 원작 초기 시즌 것들을 많이 가져와 새롭지 못하다. 게다가 '1회 1사건 종결'을 원칙으로 하는 원작과 달리 한 에피소드의 결말을 다음 회까지 끌고 가는 탓에 빠른 전개의 매력은 사라졌다. 매회 줄기차게 유지되는 비장미는 강약 조절을 무색하게 만든다.

물론 수많은 국가에서 리메이크 요청이 있었던 원작의 판권을 처음 손에 넣은 배경에는 가능한 한 원작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요구와 동의가 있었으리라는 추측은 된다.






캐릭터와 배우 간 부조화도 문제다.

원작 캐릭터를 대부분 그대로 가져오다 보니 배우들의 연기력과 별개로 좀처럼 매치가 되지 않는다.

강기형의 경우 원작 속 제이슨 기디언과 애런 하치너를 적절히 섞어놓은 데다 손현주의 연기 내공으로 그나마 무게중심을 잡고 있지만 나머지는 부자연스럽다.

문채원이 분한 하선우는 범인에 대한 분석을 줄줄 늘어놓을 때마다 입체감 없는 로봇 같은 느낌을 준다. 원작에서 큰 사랑을 받은 가르시아와 리드 박사를 옮겨온 나나황(유선 분)과 이한(고윤)은 시종일관 무겁기만 한 극 분위기에서 특유의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하지 못한다.






NCI 팀원들보다 눈에 띄는 건 오히려 범인으로 등장하는 카메오들이다.

잔인한 살인마를 연기한 임수향, 아동 납치범으로 등장한 이윤미, 다중인격인지 리퍼에게 조종을 당하는지 헷갈리게 한 정태우 등은 침체에 빠진 '크리미널 마인드'에 그나마 활력을 불어넣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NCI의 이야기와 팀 자체의 매력을 높이지 않는 한 이러한 방법은 임시방편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자체적인 노력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고거래 사이트 사기나 온라인상 무분별하게 확산 중인 SM(사디즘+마조히즘) 문화를 녹인 에피소드는 현실을 반영했다. 사형 집행 이슈를 다룬 점도 눈길을 끌었다.






극은 이제 절반을 훌쩍 넘겼다.

그래도 최근에는 김현준(이준기)이 살인 누명을 벗고 14년 동안 잃어버린 '나들강 사건'의 퍼즐도 맞춰지는 동시에 리퍼(김원해)가 다시 등장하는 등 극이 쉴 틈 없이 몰아치면서 흡입력을 꽤 높이고 있다.

드라마 관계자는 10일 "후반부 관전 포인트는 강기형과 리퍼의 치열한 두뇌 싸움"이라며 "NCI 팀워크도 많이 안정된 만큼 성원을 보내달라"고 전했다.

li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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