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열여섯부터 57년간 무연고 노인 920명 손수 묻은 '맏아들'

입력 2017-09-10 09:00  

[사람들] 열여섯부터 57년간 무연고 노인 920명 손수 묻은 '맏아들'

이일성로원 손문권 대표이사 노인 복지 공로 인정받아 국민훈장 동백장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열여섯 살부터 57년 동안 900여 명의 어머니 아버지 노인들을 땅에 손수 묻었더니, 어느덧 제가 그들의 나이가 됐네요. 그런데도 저는 여전히 노인들의 맏아들입니다."


지난 7일 광주 이일성로원 손문권(74) 대표이사가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손 대표가 노인 복지에 헌신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 16세 시절부터다.

광주에 노인·고아,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여성들을 돌보는 시설을 세운 양어머니 이정희씨를 도와 논·밭·과수 농사를 손수 지어 식량을 마련 가축과 양잠 등 시설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손이 부르트도록 일했다.

돌보던 어르신이 힘겹게 세상을 등지면 과거에는 국가에서 장례비 등이 지원되지 않았던 탓에 손수 관을 제작하고 염을 해 시신을 수레 끌고 지게를 지어 직접 법인 소유의 산으로 모셔 안치했다.

그렇게 57년 동안 920명의 노인을 직접 장례를 치렀다.

그와 함께 지낸 노인은 모두 1천18명으로 일부 노인은 30년 이상 손 대표의 시설에서 생활하다 마지막 저승 가능 길까지 손 대표의 두 손으로 보내졌다.

손 대표는 혹시나 세월이 지나 노인들을 찾는 후손이 있을까 봐 200여 묘지를 벌초하고 묘지 위치에 일일이 표시해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시설 운영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산을 개간하다 죽을 고비도 넘겼고, 보릿고개를 넘기기 힘겨울 때는 교회나 군부대 등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1990년대 초반에는 결핵 전염을 막고자 분리수용 할 수 있는 요양원을 제안해 전국 1호 요양원을 허가받기도 했다.

1992년에 노인 고독사 문제가 심각함을 자각하고 광주시에 제안해 4천명 이상의 홀몸노인을 돌보는 재가서비스를 마련해 전국사례로 전파하기도 했다.

1999년부터 북구노인종합복지관을 위탁 운영하며 보건복지부 평가에서 최우수 기관 평가를 받아왔고, 양로시설인 이일성노원은 3년 주기 복지부평가에서 2002년부터 5회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복지부는 "손 대표가 양로, 요양, 재가, 노인여가시설을 직접 운영하면서 우리나라 노인 복지가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한 점을 인정받았다"고 이번 국민훈장 수여 취지를 설명했다.

손 대표는 "16세부터 어르신들에게는 맏아들 역할을 하다 보니 어느덧 저도 어르신들과 비슷한 연배가 됐다"며 "나이는 먹었지만, 여전히 맏아들처럼 어르신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도우며 예전과 똑같은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pch8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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