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닭고기 소비감소에…육계농장은 입식병아리 못 구해 '발동동'
충북도 "산란계 농장 검사 강화해 소비자 신뢰 회복할 것"
(청주=연합뉴스) 윤우용 기자 = "키울 병아리가 없어요. 살충제 계란 파문이 언제 가라앉을지도 모르고…"
지난해 11월부터 12월 말까지 불어닥친 조류인플루엔자(AI) 광풍과 최근의 '살충제 계란' 파문에 이은 계란·닭고기값 하락까지 쓰나미 같은 잇단 악재에 양계농민들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얼굴에 웃음을 잃은 지도 오래다.
충북 괴산에서 육계 9만마리를 키운다는 A(52)씨는 요즘 텅 빈 양계장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사육장이 텅 빈 것은 키울 병아리를 들여놓지 못해서다.
AI 파동을 간신히 극복하고 75∼90일 애지중지 키운 닭을 지난 7월 말 국내 유명 닭고기 전문업체에 납품한 기쁨도 잠시뿐이었다.
올해 두 번째로 병아리 입식을 준비하던 상황에서 난데없이 '살충제 계란' 파문이 확산하면서 날벼락을 맞았다.
닭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커지고 그 여파로 닭고기 소비량과 닭값마저 뚝 떨어져 이 회사로부터 병아리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데서 병아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그는 "지난해 우리는 AI가 발생하지 않아 천만다행으로 생각했는데 하필이면 AI가 터진 다른 농장 반경 10㎞ 내에 들어 한동안 병아리를 입식하지 못했다"며 "지난 5월초 병아리를 입식해 첫 출하를 했는데 이번엔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장탄식을 했다.
그는 "살충제 계란 파문 전 1천700원(㎏당)이던 닭고기 출하가격이 800∼900원대로 뚝 떨어졌다"며 "빨리 살충제 계란 문제가 가라앉기를 바랄 뿐인데 사정이 그렇지 않아 걱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2000년부터 닭을 키우면서 한 번도 살처분한 적이 없다는 그는 AI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을까 벌써 노심초사했다.
지난해 11월 16일 음성 오리농장에서 도내 처음으로 발생한 AI가 확산하면서 도내 108개 농가의 닭과 오리, 메추리 391만9천여마리가 살처분되고, AI가 발병한 농장 반경 3∼10㎞ 내에 있던 농가가 입식 금지 조처를 받았던 악몽 때문이다.
음성군에서 육계 3만마리를 키우는 B(64)씨는 "AI로 닭이 살처분되는 바람에 입식할 병아리 물량이 달리는 상황에서 살충제 계란 파문까지 겹쳐 달걀·닭고기 소비 감소, 가격 하락, 병아리 공급 조정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괴산군 청안면에서 산란계 2만마리를 키우며 하루 평균 7천300여개의 달걀을 생산하는 C씨도 울화통이 터지기는 마찬가지다.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농협에 출하하는 달걀값이 뚝 떨어져서다.
C씨는 "살충제 파문 전 3천400원(10개들이)이던 출하가격이 2천650원으로 폭락했다"며 "살충제를 사용한 산란계 농장 때문에 애꿎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은 농장에서 출하된 계란은 안전한 만큼 소비자들이 많이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하소연했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도내 산란계 농장 83곳(408만 마리)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곳은 음성의 산란계 농장 1곳뿐"이라며 "달걀 소비가 많이 줄어 농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농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당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충북도는 도내 모든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분기마다 정기검사는 물론 불시 수거 검사를 시행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로 최근 방침을 정했다.
살충제 사용 재발을 막고자 산란계 농장주와 동물병원·동물 약품 판매업소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약품 사용 안전교육도 강화하기로 했다.
AI 방역과 연계해 농장 출입차량을 감시할 수 있도록 CCTV 설치도 확대해 갈 참이다.
y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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