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뇌동맥류로 세상을 떠난 13세 소녀로부터 기증된 장기로 무려 8명이 새로운 삶을 얻었다고 영국 BBC 방송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남부 서미싯에 살던 제미마 레이젤은 지난 2012년 엄마의 38번째 생일파티를 준비하던 중 쓰러졌고 나흘 뒤 아동병원에서 뇌동맥류로 숨을 거뒀다.
제미마의 심장, 소장, 췌장은 3명에게 이식됐고 다른 2명은 두 신장을 각각 받았다. 그녀의 간은 쪼개져 두 환자에게 이식됐고, 두 폐는 한 환자에게 옮겨졌다.
그녀가 남긴 장기들이 모두 8명의 환자에게 새 삶을 안겼다. 이중 5명은 아이들이었다.
한 사람으로부터 장기이식을 받은 환자들이 평균 2.6명인 점을 고려하면 제미마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영국 공공의료서비스인 국민보건서비스(NHS)는 한 사람에게서 장기기증을 받은 사람 수로는 영국 최고 기록이라고 확인했다.
드라마 수업교사인 제미마의 엄마 소피 레이젤(43)과 건설회사의 사장인 아버지 하비 레이젤(49)은 제미마가 세상을 떠나기 전 몇주일 간 장기기증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면서 제미마가 자신의 장기들을 기증하려 했다고 말했다.
가족이 알던 이가 교통사고로 숨진 것을 알게 된 게 얘기를 나눈 계기가 됐다.
소피 씨는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의) 장기들이 기증됐는데 사망 당시 여건으로 인해 기증될 수 없었다"면서 "제미마는 그 전엔 장기기증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그 얘기를 듣고) 조금 불안해하기도 했지만 장기기증의 중요성을 완전히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본능에 (아이의 장기기증에) 부모의 본능은 '노'다. 제마미가 (장기기증에) 동의한다는 걸 안 후에야 '예스'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장기기증 결심은 힘든 일이었지만 지금도 옳은 일이라고 믿는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제미마가 세상을 떠나고 며칠 후 심장 기증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런던 그레이트 오몬드스트리트 아동병원에 독일에서 기증된 심장들이 많은 걸 보여주는 TV 프로그램을 봤다"며 "그걸 본 뒤 우리가 만일 '노'했다면 다른 8명이 삶의 기회를 가질 기회를 저버리는 것이었다는 그때 생각이 옳다는 믿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미마는 사랑스럽고, 똑똑하고, 다정하며 창의적인 아이였다"면서 "제미마가 자신이 남긴 일을 매우 자랑스러워할 것임에 틀림없다"고 했다.
그 후 이 가족은 뇌질환 젊은이들을 돕고 장기기증 캠페인을 펼치는 '제미마 레이젤 트러스트'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에서는 457명이 장기기증을 받지 못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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