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부 "해외도피 잉락 前총리, 캄보디아 경유 출국한 듯"

입력 2017-09-08 17:36  

태국 정부 "해외도피 잉락 前총리, 캄보디아 경유 출국한 듯"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실형 선고가 예상됐던 선고공판에 나오지 않은 채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보이는 잉락 친나왓(50) 전 총리가 캄보디아를 경유해 출국한 것으로 보인다고 태국 정부가 8일 밝혔다.

쁘라윗 왕수완 태국 부총리겸 국방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잉락 전 총리의 차량이 캄보디아 국경과 인접한 태국 동부 사깨오 주(州)의 군 검문소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깨오 주 군 검문소에서 잉락 전 총리의 차량이 목격됐다. 다만 국경 검문소에서 찍힌 CCTV 영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쁘라윗 부총리는 검문소에서 근무하던 군인들이 해당 차량을 검색했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대법원 선고공판 전날인 지난달 24일 홀연히 모습을 감춘 잉락 전 총리의 이후 행적을 당국이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잉락이 속한 푸어타이당 소식통들은 그가 차량이나 보트를 이용해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싱가포르를 경유해 두바이로 향했다고 전했으나, 일부 군 당국자들은 그가 전용기를 타고 태국에서 싱가포르로 직행했다고 말해 왔다.






잉락 전 총리가 캄보디아 국경을 넘었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태국 현지에선 군부 주도의 현 정부가 그의 해외도피 계획을 알았거나 방조했을 것이란 의혹이 확대되고 있다.

잉락 전 총리는 2014년 5월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이후 24시간 감시를 받아왔다. 사깨오 주를 비롯한 태국 동부 국경지대는 쁘라윳 찬오차 총리 등이 속한 태국 군부내 최대 파벌 '동부 호랑이'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잉락 전 총리를 중형에 처할 경우 그를 '희생양'이자 '순교자'로 내세워 반대세력이 재결집할 가능성을 태국 정부가 우려해 왔다고 전했다.

한편, 캄보디아 정부는 잉락 전 총리가 자국을 경유했는지와 관련해 공식 확인을 하지 않고 있다.

잉락 전 총리는 재임 중 농민들의 소득 보전을 위해 쌀을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에 수매하는 정책을 폈으며, 2014년 쿠데타로 실각한 뒤 이 정책으로 발생한 재정손실과 수매과정의 부정부패를 묵인한 혐의로 민·형사 소송의 대상이 됐다.

그는 민사소송에서 무려 350억 바트(약 1조2천억원)의 벌금을 받고 재산을 몰수당했으며, 지난 25일 최고 10년의 징역형이 예상되는 형사 소송 판결을 앞두고 종적을 감췄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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