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광고 총량 관리제도 추진…"밤 시간대 집중·연속광고 안 돼"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자영업자 김 모 씨는 A 저축은행에서 연 12%대 금리로 2천500만 원의 신용대출을 쓰고 있다.
2천만 원이 더 필요해진 김 씨에게 B 저축은행의 대출모집인이 접근했다. 그는 "12% 금리로는 추가 대출이 어렵다. 금리를 18%로 높여 5천만 원을 빌리면 6개월 뒤 12%로 낮춰주겠다"고 했다.
김 씨는 대출모집인의 말대로 B 저축은행에서 5천만 원을 대출해 A 저축은행 대출 2천500만 원을 갚고, 필요한 자금 2천만 원에 500만 원을 더 빌려 쓰게 됐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나도 약속했던 저금리 전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 씨는 18%의 고금리 대출을 갚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과도한 빚을 권유하는 대출모집 행태에 제동을 걸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대출모집인 모범규준을 개정한다고 10일 밝혔다.
김 씨 경우처럼 돈을 더 빌릴 수 있다며 고금리 대출로 갈아타도록 하는 '불건전 영업행위'는 금지된다. 대출모집인이 권유하는 대환 대출은 고금리를 저금리로 갈아타는 것만 허용된다.
법인 또는 개인으로 활동하는 대출모집인은 1만2천 명이다. 이들은 110여 개 금융회사와 계약을 맺어 대출자를 모집하고, 금융회사의 수수료(신용대출은 대출금의 1∼5%, 담보대출은 0.2∼2.4%)를 받는다.
금융당국은 대출모집인의 1사 전속 규제를 강화했다. 대출모집법인 주주·경영진이 다른 대출모집법인을 세우거나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했다.
명함, 상품안내장, 인터넷 등 광고에는 대출모집인 이름과 상호를 계약 금융회사보다 크게 표시해야 한다. 대출모집인이 금융회사 정식 직원처럼 보이지 않도록 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대출모집인 모범규준을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에 반영, 대출모집인의 불공정 대출이나 부당권유 등에 3천만∼1억 원의 과태료를 매기기로 했다. 계약을 맺은 금융회사에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고, 최대 50%의 과징금과 1억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금융위 이명순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은 "과도한 대출을 권하는 영업 관행을 없애고, 준법·윤리의식을 갖춘 모집인만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대부업체 등의 대출광고 규제도 강화했다. 대부업체는 지상파 방송 광고가 금지된 상태다. 종합편성·케이블TV도 평일 오전 7∼9시와 오후 1∼10시, 토요일·공휴일 오전 7시∼오후 10시에는 방송 광고가 금지됐다.
그런데도 평일 심야 광고나 방학 기간 낮 시간대 광고에는 청소년이 무방비로 노출된다. 인터넷TV(IPTV)나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등 새로운 매체는 규제의 사각지대다.
금융당국은 대출광고의 '총량 관리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업체별 연간 광고 송출 횟수와 광고비를 제한하고, 광고가 허용되는 오후 10시 이후에도 광고를 연속·집중적으로 내보내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연체와 채무불이행에 추심이나 신용등급 하락 등 불이익이 따른다는 점을 광고에 명시하고, '누구나 쉽게 빌릴 수 있다'는 식의 문구를 제한한다. 올해 하반기 대부업체 방송 광고는 상반기보다 30% 줄인다.
대부업체뿐 아니라 저축은행이나 여신전문금융회사의 대출광고도 같은 잣대로 규제하는 법안들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이명순 정책관은 "국회의 대부업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대부업 방송 광고 금지의 필요성과 효과, 여타 금융권역과의 형평성 등 관련 쟁점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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