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역 고가 밑이 '도심 숲'으로…서울 고가도로 밑 37곳 재생

입력 2017-09-10 07:50  

옥수역 고가 밑이 '도심 숲'으로…서울 고가도로 밑 37곳 재생

올해 10∼11월 지역커뮤니티 시설로 탈바꿈해 개장

여의도 면적 55%에 이르는 고가 밑…활용도는 10%에 그쳐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어둡고 음습한 공간으로 방치됐던 서울 고가도로 밑이 '찾아가고 싶은 공간'으로 변신을 시도한다.

'1호 프로젝트'로 성동구 옥수역 고가도로 아래를 도심 숲으로 바꾸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하철 3호선 옥수역 7번 출구 쪽 고가도로 아래를 재생하는 공사가 오는 10월 또는 11월께 마무리된다.

646㎡(195평)인 이 공간은 우선 녹지로 채운다. 햇빛을 반사시켜 지하로 내려보내는 태양광 반사 기술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고가도로 아래인 것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넓은 지붕을 만들고, 그 위에 반(半)음지 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한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태양광 집광 장치를 이용해 지하공원을 조성하는 로우라인(Low Line)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옥수역 고가도로 밑이 '미니 로우라인'이 되는 셈이다.

로우라인은 방치된 지하 전차터미널 4천㎡에 태양광을 끌어들여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옥수역 고가 밑에는 소규모 문화공연, 주민들을 위한 교육·요가 프로그램 등을 진행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도 조성된다. '365일 활용 가능한 주민 공공문화공간'을 표방하고 있다.









서울시는 먼저 옥수역 고가 밑을 바꿔보고 다른 곳도 순차적으로 '개조'를 시도할 계획이다.

서울시에 있는 고가도로 밑 공간은 모두 183곳(차도 130곳, 철도 53곳)이다.

총면적은 155만4천700㎡로, 여의도 면적의 55%에 이른다.

대부분이 역세권이거나 주거지역과 접근성이 높지만 주차장, 공원, 체육시설 등으로 활용되고 있는 곳은 10%에 그친다.

지속적인 개발로 땅이 부족해진 세계 여러 도시들에 유휴지 활용은 큰 화두다. 서울시는 내버려두기 아까운 땅인 고가도로 하부 공간에 주목하고 있다.

시는 활용 가능한 고가도로 하부 공간을 전수 조사한 결과 37곳을 당장 재생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안재혁 서울시 도시공간개선반장은 "예산이 허용된다면 내년에 최소 1곳 이상의 고가도로 밑 공간을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라며 "고가 하부뿐 아니라 유수지, 하수처리장 내 유휴 부지 등 사용되지 않는 공간들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옥수역 고가 재생에는 모두 13억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문고가차도, 상봉역∼중랑천 고가, 한남1고가차도, 홍제고가차고, 개봉고가차도 등 5곳이 내년 작업에 들어갈 재생 후보지로 꼽힌다.

옥수역 고가도로 밑 재생 프로젝트를 맡은 조진만 건축가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강연에서 "내년에 5개 고가가 추가로 재생되면 고가 밑 재생지역 사이 네트워크가 형성될 수 있다"며 "형태, 기능, 입지가 다른 공간들이 파도처럼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도로 위에는 건물이나 시설물을 설치할 수 없어 고가도로 밑 주민 공간은 '임시 시설물'로 남게 된다. 고가도로 하부 공간도 '도로'로 분류되기 때문에 시설물을 설치한 이후엔 3년마다 관할 구청으로부터 연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도로 상하부의 복합개발을 허용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법 개정이 이뤄지면 고가도로 밑에 공공시설 외에도 문화·상업시설 등을 지을 수 있어 하부 공간 개발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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