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열 강종훈 정빛나 기자 = 복합쇼핑몰 등 대형쇼핑시설에 대한 규제 강화가 예고되면서 이를 둘러싼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의무휴업이 도입될 경우 내수 진작 효과가 오히려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반면, 복합쇼핑몰 등장으로 영세 상권이 심각한 매출 타격을 입고 있는 만큼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9일 기자가 찾은 신세계 스타필드 하남은 주말을 맞아 쇼핑몰을 찾은 '몰링족'(malling 族)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몰링족은 대형 복합쇼핑몰과 같은 한 곳에서 쇼핑, 놀이, 공연, 교육, 외식 등의 여가활동을 한꺼번에 즐기는 소비계층을 의미하는 용어다.
이날로 개장 1주년을 맞은 스타필드 하남은 비교적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쇼핑몰 주차장 6개 층 중 네 개 층이 이미 '만차'라고 표시돼 있었다.
내부에는 연인이나 가족 단위 방문객이 주를 이뤘고, 국내 최초의 '반려견 동반 쇼핑몰'인 만큼 반려견에 목줄을 채워 쇼핑하는 방문객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방문객 상당수는 복합쇼핑몰 의무휴업이 '골목 상권'을 살리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어린 두 자녀와 함께 스타필드로 "나들이를 나왔다"는 박 모(42) 씨는 "직장인이어서 자녀들과 주말밖에 함께할 시간이 없는데,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대부분의 것이 다 있어 자주 온다"이라며 "솔직히 여기 하루 문을 닫는다고 해서 여기 오지 않고 동네 옷집이나 식당을 찾아가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견과 함께 쇼핑몰을 찾은 한 시민도 "용인 수지에 사는데 반려견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일부러 여기까지 왔다"며 "대형마트의 경우는 동네 슈퍼와 같은 상품을 파니까 의무휴업이 효과가 있을진 몰라도, 복합쇼핑몰을 찾는 사람들은 나처럼 단순 쇼핑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오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아 의무휴업이 골목 상권 살리기엔 별 효과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복합쇼핑몰에 입점해 있는 매장 관계자들은 강한 우려를 표했다.
프랜차이즈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방문객 수가 많아 매출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인건비와 임대료 등 가게 운영 비용도 만만치 않다"며 "의무휴업이 시행되면 직접적인 순익 하락으로 이어지게 돼 입점 매장들 피해가 가장 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타필드 하남의 일평균 방문객 수는 평일 기준 5만 명, 주말은 평일의 두 배인 10만 명이다.
대형마트처럼 한 달에 두 번 쉬는 의무휴업제가 도입될 경우, 주말 기준으로 20만 명가량의 방문객 감소 효과가 발생한다.
스타필드 관계자는 "입점 점포 중 신세계 그룹에서 운영하는 브랜드가 10% 정도이고, 나머지는 개별 입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개별 입점 점포 중에는 대기업이 계약을 맺고 운영하는 점포도 있지만, 개인 가맹점주 등이 운영하는 매장도 있다"며 "이들 입장에서는 의무휴업이 현실화되면 절대 영업일 수가 줄어들게 돼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복합쇼핑몰 등장으로 기존 상권이 '전멸'한 경우가 속속 생기고 있어 소비자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의무휴업 시행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주부 김 모(57) 씨는 "대형마트 휴업이 처음 시행됐을 때 불편하긴 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그 덕에 재래시장도 한 번 더 가게 됐다"며 "소비자들이 조금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쇼핑몰 의무휴업이 시행되면 자영업자들에게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이 모(36) 씨는 "압구정동만 해도 상권이 죽은 지 오래여서 인터넷 판매를 병행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복합쇼핑몰이 계속 늘어나면 영세 상권이 다 죽어 우리 같은 자영업자는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의무휴업 도입에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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