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물자 놓고 난민간 싸움…취재기자에게도 식량 구걸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군의 '인종청소' 논란 속에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탈출한 로힝야족이 계속 늘어 3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9일 미얀마군과 로힝야족 반군단체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의 유혈충돌이 시작된 지난달 25일 이후 15일간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로 넘어온 로힝야족 난민이 29만여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미얀마에서 로힝야족 난민을 가득 실은 난민선 300척이 한꺼번에 방글라데시로 밀려들면서 난민 숫자가 급증했다.
비비안 탄 UNHCR 대변인은 "계속 사람들이 들어온다. 이미 난민 캠프는 수용한계를 넘어섰다"며 "새로 들어온 난민들은 도로변 등 빈자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쉼터를 지으려 한다"고 말했다.
짧은 기간에 폭발적으로 난민이 늘어나면서 수용소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이미 국경을 넘으면서 지칠대로 지치고 굶주린 난민들은 필사적으로 식량과 쉼터를 구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구호단체가 제공한 식량과 물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곳곳에서 싸움이 벌어지는가 하면, 여성과 아이들은 지나가는 차량이나 기자들에게도 매달려 식량을 구걸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호단체 관계자는 "식량 재고가 바닥을 보이고 있는데 난민들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필요로 한다. 계속 버티기는 불가능하다"고 다급한 상황을 전했다.
구호 기관들은 폭발적으로 증가한 난민에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 방글라데시 지부장인 디파얀 밧타차리야는 "우리는 애초 12만명 가량의 난민 유입을 가정하고 구호 계획을 세웠지만, 이제 난민이 30만명으로 늘면서 계획을 바꿨다"며 "WFP와 유엔 기구들은 난민 추가 유입 가능성을 고려해 다시 계획을 짜야하는 한다"고상황을 전했다.
그동안 비공식적으로 로힝야족을 수용해온 방글라데시 정부는 늘어나는 난민이 수용소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것을 우려해 국제이주기구(IOM)에 임시 수용소 추가 건립을 요청했다.
콕스바자르 치안판사인 칼레드 마흐무드는 "추가로 유입되는 모든 로힝야족 난민은 새롭게 건립될 임시 수용소로 보내질 것이며, 도로변에 쉼터를 지은 일부 난민 가운데 일부를 이주시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얀마에서는 로힝야족 거주지역에서 화재가 이어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특히 이날 불로 라테다웅 지역의 모든 로힝야족 거주지역이 완전히 잿더미가 되면서 추가적인 난민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전했다.
로힝야족 관련 단체인 아라칸 프로젝트의 크리스 레와는 "로힝야족 거주지가 천천히 1개 마을씩 불에 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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