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국인 어울려 각국 문화 체험하고 운동·놀이 즐겨
(수원=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제가 사는 도시에 이렇게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줄 몰랐어요. 수원 화성이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문화유산이어서 자부심을 느껴왔는데, 이곳이 국제도시라는 자랑거리가 또 하나 늘어난 셈이네요. 각국 출신의 외국인 이웃, 다문화가정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즐겁고 뿌듯합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초가을 기온에다 구름이 햇빛을 가려준 '운동회 열기 딱 졸은 날씨' 속에 1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 광장에서는 다문화가족과 내외국인 주민이 한데 어우러지며 소통하는 잔치가 마련됐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와 수원시외국인복지센터가 수원시 후원으로 개최한 '2017 다(多)어울림 한마당'에는 수원과 인근 지역의 외국인 주민과 다문화가족은 물론 휴일을 맞아 나들이 나온 시민과 화성행궁 답사에 나선 관광객 등 2천여 명이 각국 문화를 체험하고 운동과 놀이를 즐기며 뜻깊은 한때를 보냈다.
대회의 개막은 오후 1시로 예정됐는데도 행사장에는 오전 10시께부터 인파가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은 광장 한쪽에 설치된 중국·베트남·필리핀·네팔 등의 각국 부스에서 전통음식을 맛보는가 하면 민속의상을 입어보고 색다른 모양의 모자와 가면을 써보기도 했다. 전통악기를 신기한 듯 다뤄보거나 인형과 액세서리에 시선을 떼지 못하는 어린이들도 있었다.
아주대 대학원 경영학과에 유학 중인 네팔 출신의 어룬구룽(40) 씨는 "네팔 유학생들과 함께 감자소를 넣은 밀가루빵 파니푸리와 네팔식 만두를 팔고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찾아 기대 이상의 수입을 올릴 것 같다"고 미소를 띠면서도 "이럴 줄 알았으면 재료를 더 준비해올 걸 그랬다"고 아쉬워했다.
에어바운스를 설치한 어린이놀이터에도 아이들이 장사진을 이뤘고 페이스페인팅, 방향제 만들기, 가족 풍등 소원 만들기, 전통차 시음 등 다채로운 이벤트 코너도 인기가 높았다. 네팔 부스에는 수해지역 어린이 돕기 모금함도 마련됐다.
수원시여성단체협의회, 수원시외국인복지센터, 수원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수원시글로벌청소년드림센터, 출입국관리사무소, 수원YWCA, 수원시건강가정지원센터 등 외국인 지원기관들도 홍보 부스를 운영하며 한국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고 법률이나 취업 상담도 펼쳤다.
수원시 팔달구 남창동에 사는 오종민(35) 씨는 "집 근처에서 흥미로운 행사가 열린다고 해서 아내와 함께 두 아이를 데리고 나와봤다"면서 "볼거리도 많고 즐길 거리도 다채로워 아이들에게 좋은 체험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어린이 치어리더팀 '드림'을 시작으로 펼쳐진 선수단 입장 순서는 미니 올림픽의 개막식을 방불케 했다. 각국 출신의 다문화가족과 외국인들이 전통의상을 차려입고 선수단과 함께 행사장에 들어서자 시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중국에서 중도입국한 수원 남산초등학교 3학년 박지은 양은 "수원시글로벌청소년드림센터에서 친구들과 함께 치어리더 무용을 배우는 것이 무척 즐겁다"면서 "오늘 그동안 열심히 연습한 실력을 많은 사람 앞에서 뽐낼 수 있어 기뻤다"고 흐뭇해했다.
키르기스스탄·중국·캄보디아·필리핀·몽골·베트남·방글라데시·우즈베키스탄 공연단이 차례로 무대를 꾸민 뒤 명랑운동회가 펼쳐졌다.
참가자들은 화성 성곽의 동서남북 문 이름을 딴 창룡·화서·팔달·장안 4팀으로 편을 갈라 애드벌룬 배구 '지구를 올려라', '바람을 잡아라', 낙하산 릴레이, 놋다리밟기. 희망탑 세우기, 풍선 꼬리 밟기 등의 게임을 펼치며 우열을 가렸다.
이긴 팀에서는 기쁨의 환호가 쏟아지고 진 팀에서는 아쉬운 탄식이 터져 나왔지만 얼굴에 환한 표정이 가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오늘 하루는 모든 참가자가 주인공이고 우승자였다.
2004년 결혼해 한국으로 왔다는 이송이 수원시 키르기스스탄 교민회장은 "서로 누군지도 몰라 친구도 없고 한국에 관한 정보도 부족해 늘 아쉬움을 겪다가 오늘 고향 사람과 다른 나라 출신의 친구들도 만나 마음껏 즐기고 한국 생활에 필요한 정보까지 얻었다"면서 "행사 주최 측과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오늘 행사의 또 다른 주인공은 학생 자원봉사자였다. 수원 권선고 2학년 강보경 양은 "솔직히 봉사점수가 필요하기도 했고 재미있을 것 같아 나왔다가 한꺼번에 많은 외국인을 보니 신기하고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고, 같은 학교 친구 최소영 양은 "학교에서 중국어를 배우고 있는데 이곳에서 몇 마디 써먹을 수 있어서 마음이 뿌듯했고 지금이 글로벌 시대라는 것을 실감했다"고 털어놓았다.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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