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총선 패배 후 첫 대중연설…"전국 돌며 지지자 만날것"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지난 프랑스 대선 결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맞붙었다가 패한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49)이 잇따른 선거 패배로 위기에 처한 국민전선(FN)의 쇄신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들에 따르면 르펜은 지난 9일(현지시간) 북동부 소도시 브라샤에서 500여 명의 군중을 상대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 대항할 유일한 세력은 바로 우리"라면서 프랑스 전역을 돌며 지지자들을 만나고 당의 쇄신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의견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반(反) 유대주의와 인종혐오의 상징으로 자주 거론되는 당 이름 변경을 내년 초 전당대회에서 추진한다는 기존 방침도 재확인했다.
국민전선은 지난 5월 대선 결선에서 르펜이 마크롱에게 큰 표차로 패하고 6월 총선에서도 하원 의석 577석 중 8석을 획득하는 데 그치는 등 참패한 뒤 내분에 휩싸인 상황이다.
특히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 등 급진적인 공약을 내세운 것이 잇따른 선거 패배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내부에서 제기되는 등 당의 진로를 놓고 노선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르펜은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연설에서 유럽연합(EU) 문제나 기존의 반(反) 세계화 입장을 언급하지 않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대신 현 정권을 타깃으로 삼아 "마크로니즘(마크롱주의)은 도덕적 지향은 인권일 뿐이고 추구하는 목적은 오로지 돈인, 지배계급의 승리를 위한 장치"라고 비난했다.
르펜은 이어 "우리가 마크로니즘의 대항마"라고 강조하고, 현 정부의 노동 유연화 추진에 대해 "위태로운 정책"이라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또한 국민전선을 누르고 총선에서 17석을 얻어 교섭단체 지위를 획득한 급진좌파 '라 프랑스 앵수미즈'(LFI·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에 대해서는 "프랑스 국민보다 외국인을 우선시하는 이슬람-트로츠키주의자"라고 비난했다.
르펜의 이번 연설은 6월 총선에서 국민전선이 예상에 크게 못 미치는 패배를 맛본 이후 사실상 첫 대중연설이었다.
총선 이후 그동안 유권자들에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르펜은 최근 TV 정치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공개활동을 재개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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