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세요] 빙판의 '슈퍼카' 봅슬레이

입력 2017-09-15 06:22  

[알고보세요] 빙판의 '슈퍼카' 봅슬레이

최고 속도 150㎞로 트랙 내려와…세계적 명차 경쟁의 장

한국 남자 봅슬레이 2인승, '평창 메달' 도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동서양을 막론하고 겨울에 이동·운반, 혹은 놀이 수단으로 이용됐던 썰매가 스포츠로 발전한 것은 19세기 후반 스위스에서였다.

이후 흔히 생각하는 모양의 썰매는 엎드려서 타는 스켈레톤, 누워서 타는 루지로 나뉘었고 자동차를 떠올리게 만드는 모양의 봅슬레이라는 썰매가 생겨났다.

봅슬레이는 1924년 제1회 샤모니 동계올림픽에서 남자 4인승 경기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이후 1932년 레이크 플래시드 대회에서 남자 2인승,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여자 2인승 종목이 추가됐다.

사실상 썰매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은 최근 몇 년 사이 기량이 급속히 발전했다. 이제 한국 썰매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봅슬레이는 세계적인 명차의 자존심 대결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세 썰매 종목 가운데 특히 주목받는다.





◇ '봅슬레이? 많이 들어봤는데…' = 봅슬레이 경기는 2명 또는 4명의 선수가 출발선에서 썰매를 힘껏 밀어 속도를 낸 뒤 일렬로 올라타 구불구불한 남은 트랙을 내려오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2인승을 기준으로 앞의 선수는 썰매를 조종하는 '파일럿', 뒤의 선수는 출발할 때 썰매를 밀어 가속하는 역할을 맡은 '브레이크맨'(푸시맨)이다.

2인승 썰매는 최대 길이 2.7m, 최대 너비 0.67m다. 4인승은 각각 3.8m, 0.67m다.

탑승자를 포함한 썰매 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가속도가 붙어 기록을 단축하는 데 유리하다.

한국 봅슬레이 2인승의 '간판'인 파일럿 원윤종(32), 브레이크맨 서영우(26)가 입문 초기 몸무게를 늘리기 위해 매 끼니 폭식하며 강도 높은 근력 강화 운동을 한 일화는 유명하다.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은 남자 2인승의 썰매와 선수들의 무게 총합을 390㎏, 4인승을 630㎏으로 제한한다. 여자 2인승의 최대 중량은 350㎏이다.

트랙의 길이는 보통 1,000∼1,500m다. 경사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가속도가 붙어 최고 속도는 시속 150㎞에 달하게 된다.

선수들은 커브를 돌 때 중력의 4∼5배에 이르는 압력을 이겨내야 한다.

서영우가 그렇듯, 브레이크맨은 단거리 육상 선수 출신이 맡는 경우가 많다.

썰매는 트랙을 내려갈수록 가속도가 붙기 때문에 스타트 기록이 0.01초 단축되면 최종 기록은 0.03초 정도 줄어든다.

파일럿의 역할도 절대적이다.

기록을 가장 단축하는 길은 트랙 안에 정해져 있다. 대부분의 선수가 그 길과 원리를 이해한다. 이 길대로 썰매를 조종하는 것이 파일럿의 능력이다.




◇ 페라리·BMW·맥라렌에 현대까지 가세…'자존심 대결' = 올림픽은 지구촌 축제라는 점에서 세계 유수 대기업 '홍보의 장'이 되기도 한다.

특히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봅슬레이 제작에는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자동차 브랜드들도 뛰어든다.

자기네 회사가 만든 썰매를 탄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제작에 들어간 비용의 수천, 수만 배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페라리, 맥라렌은 자동차 마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슈퍼카다. BMW는 상대적으로는 대중적이지만 역시 명품으로 명성을 떨친다.

이들은 봅슬레이를 제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탈리아 봅슬레이 대표팀은 페라리, 영국은 맥라렌, 미국은 BMW가 만든 썰매를 탄다.

페라리는 지난해 2월 19일 자사 공식 홈페이지에 "페라리가 제작한 봅슬레이 썰매가 이탈리아 대표팀에 전달됐다"며 "이들은 앞으로 평창에서 이 썰매를 타게 된다"고 전했다.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은 원래 라트비아 장인이 만든 썰매를 탔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가 대표팀을 위한 썰매 제작에 뛰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대표팀은 올림픽을 5개월 앞둔 현재 현대차, 라트비아산에 더해 오스트리아산 썰매까지 시험 중이다.

어느 썰매가 한국 대표팀의 선택을 받을지는 미정이다.




◇ 원윤종의 짝은 누구? 서영우, 경쟁 이겨낼까 = 봅슬레이 가운데 평창올림픽에서 한국의 메달 획득 가능성이 있는 종목은 남자 2인승 부문이다.

썰매 종목은 '경기장 숙련도'가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월등한 기량을 갖추지 않으면 눈을 감고도 탈 수 있을 만큼 해당 트랙에서 수없이 연습한 개최국 선수를 당해내기 쉽지 않다.

한국 선수들이 이번 올림픽에서 주목받는 이유다.

원윤종-서영우는 2015∼2016시즌 월드컵을 세계랭킹 1위로 마쳤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에 비유할 수 있을 만큼 썰매계에서는 엄청난 '사건'이었다.

하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유럽의 실력자들이 대회를 본격 준비하면서 원윤종-서영우의 2016∼2017시즌 월드컵 세계랭킹은 3위로 떨어졌다.

올림픽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의 선수 구성에도 변화 가능성이 감지된다.

이용 대표팀 총감독은 지난달 인터뷰에서 "봅슬레이 2인승의 브레이크맨으로 누구를 내세울지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고 있다"며 "후보들을 경쟁시켜 가장 우수한 기록을 내는 선수를 올림픽에 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영우를 다른 선수로 교체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 가능성이 현실화할 경우 원윤종의 짝으로 주목받는 선수는 여호수아(30)다.

여호수아는 2014년 인천 하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육상 단거리에 메달 2개(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안겼다.

이런 그는 지난해 말 봅슬레이 도전을 선언했다.

강력한 경쟁자를 만난 서영우는 도전을 반기며 요즘도 매일 굵은 땀방울을 쏟고 있다.



ksw0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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