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파 '유승민 비대위'에 제동…"劉, 리더십 문제 많아"
자강파 '김무성 상왕론' 제기…"백의종군한다더니 온갖 조종"
13일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서 정면 충돌할 듯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고상민 기자 = 바른정당이 새 지도부 구성을 놓고 본격적인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유승민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안이 힘을 받자 그간 잠자고 있던 '반(反) 유승민계'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서면서 지도부 구성 논의에 급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이혜훈 전 대표의 중도 낙마로 지도부 공백 사태를 맞은 바른정당은 일단 "정기국회 중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는 어렵다"는 큰 틀의 공감대는 형성했다.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정기국회가 끝난 뒤인 내년 1월 중순께 전당대회를 하는 데 대해서는 많은 분이 동의했다"며 "권한대행 체제로 갈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갈지는 견해차를 더 좁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당대회 전까지 당을 이끌 임시 지도부 구성을 놓고 당내 의견은 좀처럼 합의점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독자생존을 강조하는 '자강파'와 보수진영 대통합을 주장하는 '통합파'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서다. 당내 논의가 속도를 내면 낼수록 양측의 갈등은 더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바른정당은 전날 개최한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당대회 전 비대위를 가동하고, 대선후보였던 유 의원이 비대위를 이끄는 방향으로 사실상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회의 직후 전체 의원 20명 중 18명이 모인 만찬, 즉 사실상 의원총회나 다름없는 자리에서 급제동이 걸렸다.
김무성 의원은 만찬 말미에 "우리가 박근혜 사당이 싫어서 나왔는데 유승민 사당으로 비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고, 이종구, 김용태 의원 등도 '유승민 비대위 체제'에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을 비롯한 통합파는 '유승민 비대위 체제'가 꾸려질 경우 보수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해지며 자칫 내년 지방선거에서 필패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유 의원의 리더십으로는 현재 위기에 놓인 바른정당을 구해낼 수 없다는 주장도 통합파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유승민 체제를 반대하는 건 자강 대 통합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소통할 줄 모르는 개인 캐릭터, 리더십에 대한 문제다. 고집부리며 누구와 상의도 안 하는 성격에 대한 우려와 두려움 때문"이라고 말했다.
3선의 김용태 의원은 통화에서 "유 의원의 대선공약이 바른정당의 이념과 노선이 될 수 있는지 치열한 논쟁이나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며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들과 거의 같거나 유사하다"고 꼬집었다.
반면 '유승민 체제'를 지지하는 자강파는 섣부른 보수통합은 오히려 당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 결국 '자멸의 길'로 자초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만큼 하루빨리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하며, 당의 존립을 안팎에서 흔드는 통합론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유 의원이 비대위원장으로 '적격'이라는 입장이다.
자강파 사이에서는 김 의원이 '유승민 비대위 체제'를 막기 위해 사실상 배후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른바 '김무성 상왕론'도 제기한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김 의원은 백의종군한다더니 뒤에서 온갖 조종을 다 해서 최고위에서 합의된 유승민 비대위 체제를 엎었다. 자기가 무슨 상왕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상욱 의원도 이날 문자메시지로 "최고위에서 토론된 내용을 몇 사람이 밥 먹으면서 뒤집어 버렸다. 당헌에 따라 즉각 당원대표자회의를 소집해 당당하게 논쟁하고 결정하자"며 김 의원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당 지도부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새 지도부 구성과 관련한 논의를 다시 했으나 역시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다.
한 참석자는 "최고위원들이 직접 나서 김무성 측과 유승민 측을 차례로 만나 의견을 듣고 중지를 모아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는 향후 지도체제를 두고 진통을 겪고 있는 만큼 일단 당내 불협화음을 최대한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통합파와 자강파 간의 내분 양상은 오는 13일 열릴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결과에 따라 당이 통합이나 봉합 또는 갈등 증폭의 갈림길에 설 전망이다.
현재 당내에선 원외위원장들 상당수가 유 의원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과 동시에 김 의원이 사실상 당내 최대주주인 만큼 이들이 통합 쪽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상반된 분석도 나온다.
당 고위 관계자는 "논의의 고비는 연석회의가 될 것"이라며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당분간 '주호영 권한대행 체제'가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beom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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