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가스규제 특수에 재편 시들…"한국업체에 밀리는데"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세계금융위기 뒤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고자 서로 뭉치려던 일본 조선업체들이 각자도생으로 방향을 틀면서 강한 우려가 제기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재편론이 흐지부지된 것은 선박 배출가스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새 규제에 맞춘 조선 수주전에서 기술력이 높은 일본업체가 유리하다는 낙관론이 퍼졌기 때문이다.
일본 2위 조선업체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 미시마 신지로 사장은 "통합을 호소해도 긍정적인 반응이 없다"고 신문에 밝혔다. JMU는 히타치조선, IHI 등 4개사의 조선 부문이 통합해 출범했다.
통합 이후 경영 사정이 좋아진 JMU는 통합효과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큰 그릇이 필요하다', '함께 할 동지를 모은다'고 공언했지만 기류가 변했다. 타사 반응이 뜨뜻미지근해서다.
호화여객선 사업이 지연되며 2천500억엔(약 2조6천억원) 손실을 계상한 미쓰비시중공업은 작년 8월 일본 1위 이마바리조선 등 조선 전업 3사와 제휴협의 사실을 발표하며 재편설에 불을 지폈다.
1개월 뒤에는 가와사키중공업도 조선사업 존폐를 포함한 검토에 들어간다고 공개했다. 이에 호응해 미쓰이조선은 가와사키중공업에 조선사업을 통합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미쓰이조선은 2013년에도 가와사키중공업에 같은 제안을 한 적이 있어 재편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이른바 '히노마루(일장기) 조선' 기운이 고조된 것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작년 가을 조선전업 3사와의 첫 대면에서 "나가사키조선소에서 분리해 설립하는 새로운 회사에 출자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해 전업회사 간부들을 놀라게 했다.
이마바리조선 등 전업3사는 미쓰비시중공업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조정작업을 진전시켰지만, 미쓰비시중공업이 올해 들어 원인도 밝치지 않은 채 돌연 흐지부지해버렸다.
가와사키중공업에 사업통합을 의뢰한 미쓰이조선은 올봄 JMU에도 추파를 던졌다. 그러나 통합 새 회사의 회사명에 '미쓰이'의 이름을 남기는 것을 강하게 고집, 상담은 정체했다.
동시에 일었던 조선업 재편 움직임이 잇달아 중단된 배경에는 국제적인 선박규제 강화가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유황산화물(SOx) 배출가스 규제를 2020년부터 강화하는 결정이 기술적 우위를 가진 일본 조선사에 특수를 몰고올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조선사들은 다시 단독으로 살아남을 방도를 찾기 시작했다.
JMU는 일본 내 조선소 7곳에서 부품 공유화 등에 의한 비용삭감을 시도한다.
가와사키중공업은 중국의 조선소를 확장키로 했다.
그러나 일본 조선업체가 외국 조선업체와 비교한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2016년도 일본 선박수주량은 479만총t(1총t=2.83㎥)으로 전년보다 76% 줄었다.
각 회사의 수주 잔량은 올해 7월말 시점 2천754만총t으로, 물량이 동나는 데는 2년 이상이 남아 있지만 선박수주량은 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발주처인 해운회사들은 건조단가 인하와 품질안정을 노려 한 번에 발주하는 물량을 늘리고 있다. 대형컨테이너선은 10∼20척의 일괄발주가 정착돼 규모가 뒤지는 조선사는 입찰에 참가할 수 없다.
현대중공업 등 한국 조선 3사의 조선 관련 부문의 연 매출은 1조∼2조엔이지만 일본 1위 이마바리 조선은 불과 4천억엔에 머물 정도로 외형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고 있다.
JMU 미시마 사장은 "세계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매출 1조엔 규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문은 "엄격해지는 생존조건을 외면한 내부지향이 재편 기운을 방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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