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규제 패러다임, 규정보다 원칙 중심으로 전환해야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우리나라 금융규제가 '규정 중심'에 머물러 있어 규제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용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1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규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선진국들은 이미 10여 년 전 '원칙 중심' 규제로 전환해 자본시장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며 "변화 흐름에 더 뒤처지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교수는 "최근 자본시장은 로보어드바이저, 블록체인 등 핀테크 발달로 어느 금융 분야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규정 중심의 규제 하에서는 자본시장의 혁신 위험과 관련한 법령이 사전에 제정되지 못해 투자자 보호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지하지 않는 상품이나 행위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행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 상품에 '네거티브' 방식을 적용하면서도 정작 영업행위 규제는 '포지티브 시스템'이어서 창의적 금융혁신을 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당국은 원칙을 제시하고 업자 스스로 원칙을 구체화하도록 해 규제 주체를 시장참여자로 변경해야 한다"며 "투자자 피해로 이어지는 영업행위가 우려될 수 있으나 이는 사후 책임 강화로 억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영국은 원칙 중심 규제 도입 이후 핀테크 혁신을 선도하는 국가가 됐지만 같은 해인 2007년 자본시장법을 제정해 규정 중심 규제 틀을 유지한 우리나라는 금융업의 질적 도약에 원동력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존 워커 한국 맥쿼리 회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호주의 금융회사는 '회사법'에 따라 11개의 일반 의무를 준수할 의무가 있지만, 이 의무의 적용 방식은 각 금융사가 결정한다"고 소개했다.
맥쿼리는 1969년 설립된 호주 기반의 금융투자회사로, 약 3천870억 달러에 이르는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워커 회장은 "원칙 중심의 법을 기반으로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규제환경을 보유하면서도 가장 기업 친화적인 국가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며 "특히 호주는 금융리스크 요인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이 국제 금융 커뮤니티에서 활발한 참여자가 되고 더 많은 투자와 해외 금융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해외 금융회사들의 글로벌 준법체계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운열 의원은 축사를 통해 "원칙 중심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은 규제 완화가 아닌 규제의 실질화·내부화"라며 "4차 산업혁명의 주축이 될 혁신, 벤처기업에 모험자금을 지속적이며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이 금융시장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금융투자협회·경제민주화포럼 '조화로운사회'가 공동 주관했다.
토론자로는 김성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박정훈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서태용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 임동춘 국회 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장, 정남구 한겨레 논설위원, 최원진 JKL파트너스 상무 등이 참여했다.
chom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