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더 "한국서 연정 가능할까"…정의장 "영원한 與·野 없어"

입력 2017-09-11 12:00   수정 2017-09-11 12:03

슈뢰더 "한국서 연정 가능할까"…정의장 "영원한 與·野 없어"

국회초청 대담…슈뢰더 "개혁, 정권 잃을 것 감수하고 추진해야"

우상호, 슈뢰더에 "북한 방문해 대화 물꼬 터달라" 요청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한지훈 기자 = 정세균 국회의장이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전 총리와 한국사회 개혁 방안 및 사회적 대타협을 주제로 대담을 했다.

국회 연구모임인 동북아공존과경제협력과 재단법인 여시재 공동주최로 열린 이번 대담에서 슈뢰더 전 총리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속해서 추진될 수 있는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정 의장은 여당과 야당이 개혁작업에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선 슈뢰더 전 총리는 "반드시 필요한 개혁이 있다면 국가가 주도해 국익을 위해 추진해야 한다"며 "독일의 경우에도 노동조합과 사용자 단체를 수년간 설득하지만 실패해 (결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개혁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혁의 긍정적 결과는 3~5년 뒤에야 나타나는데, 국민은 그 전에 변화에 두려움을 느낀다"며 "국익을 위해 선거에서 실패하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정권을 잃거나 정치적 입지를 잃을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익을 위해서라면 선거에서 실패하는 것이 낫다. 그게 장기적으로 승자가 되는 길"이라며 "독일에서도 야당이 개혁안인 '어젠더 2010'을 처음에는 반대했다가 정권을 잡은 후에야 지지했다"고 강조했다.

반대파 설득을 위한 대화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언론을 활용해 많은 사람에게 개혁의 의미를 소개해야 한다. 국회의장으로서 부드러운 압력을 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한국은 대통령이 많은 권한을 갖고 있고, 대통령의 제안을 의회가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개혁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연정 경험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 연정과 비슷한 형태로 협력이 가능할지 질문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의장은 "독일과 달리 한국은 양당제가 익숙하다. 하지만 이제는 5당 체제가 되며 완전히 다른 상황이 됐다"며 "우리 의원들도 대연정이나 소연정에 대해 고심을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슈뢰더 전 총리가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 '유럽의 병자'였던 독일을 구한 것처럼 국회도 정파를 초월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영원한 여당도, 영원한 야당도 없다. 장기적 차원의 국가적 과제, 국가 안보 등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담에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더불어민주당의 김태년 정책위의장과 심재권 외통위원장, 우상호 전 원내대표, 국민의당 오세정 의원 등이 참석했다.

우 전 원내대표는 "미국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대화의 물꼬를 만든 것처럼, 슈뢰더 전 총리가 북한을 방문해 독일의 사례를 예로 들며 최고 지도자를 설득해 대화의 장에 나오게 해달라는 제안을 드린다"고 말했다.

대담 직전에는 정 의장과 슈뢰더 전 총리가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별도로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정 의장이 '택시운전사'의 모티브가 됐던 실존 독일 언론인 힌츠 페터 얘기를 꺼내자 슈뢰더 전 총리는 "오늘 오후 영화를 관람할 예정"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최근의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해서는 "독일은 통일한 경험이 있다"며 "감히 조언할 입장은 아니지만, 경험한 것을 들려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hysu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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