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연합뉴스) 류정엽 통신원 = 중국에 입국하다 체포된 대만 인권운동가 리밍저(李明哲)가 11일 구금 6개월여만에 열린 재판에서 국가 전복 혐의를 인정해 대만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의 첩보전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인권운동가가 중국 정부 전복혐의를 인정하면서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공세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보 등에 따르면 리씨는 이날 중국 후난(湖南)성 웨양(岳陽) 중급법원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에 대해 "이의가 없다"며 자신의 행동을 참회한다고 밝혔다.
리씨는 심문에서 자신의 진술은 강요받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중국내 인권단체와 교류 활동을 벌였던 리밍저는 지난 3월 마카오를 거쳐 중국 주하이(珠海)로 들어간 뒤 연락이 두절됐으며 이후 국가정권 전복 혐의로 중국 당국에 구금된 사실이 알려졌다.
리씨는 중국이 올해부터 시행한 '해외 비정부기구(NGO) 국내 활동 관리법'에 따라 구금, 체포된 첫 대만인이다.
리씨는 이날 재판에서 "중국이 문명적인 법 집행을 하고 있다"며 중국 당국의 사법처리에 사의를 표했으며 중국의 제도와 법치 발전을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고도 했다.
리씨의 이날 혐의 인정에 대해서는 추측이 분분하다. 대만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협박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으며 형량 감경 조건으로 혐의를 인정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만에서는 리씨가 중국 당국의 강요로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을 것이라며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만독립 성향의 쉬융밍(徐永明) 시대역량당 입법위원은 리씨가 사용한 표현들로 보아 원고를 외워서 말한 것이라며 강요에 의한 인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리밍저가 반년 가까이 중국에서 누구로부터 얼마나 많은 협박과 강요를 받았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인권단체를 인용해 중국이 민감한 사건에 대해 공개 심리를 진행한 것은 피고인이 혐의를 인정했을 때에만 가능하며 이를 통해 국가적 권위를 과시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 리씨는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중국 국적자 펑위화(彭宇華·37)와 함께 재판정에 섰다.
안신(安信)증권 후베이(湖北)지점의 재무관리사인 펑씨는 지난 2012년 5월 중국 온라인메신저 QQ에 단체방을 만들고 대만과 서방의 정치체제를 옹호해왔으며 리밍저는 같은 해 9월 펑씨가 만든 단체방에 가입했다.
이 단체방에서는 중국의 일당독재 제도를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오며 중국도 복수의 정당이 교대로 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올들어 중국과 대만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양안의 첩보전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대만 공군 예비역 장교 출신의 이중간첩이 대만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양측의 '총성없는 전쟁' 실상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lovestaiw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