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이 제자들에게 써서 건넨 따끔한 한마디는

입력 2017-09-11 16:37   수정 2017-09-11 18:18

다산 정약용이 제자들에게 써서 건넨 따끔한 한마디는

정민 교수, '다산 증언첩'·'다산의 제자 교육법'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학문은 우리가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중략) 대개 사물에는 법칙이 있게 마련이다. 사람이 되어 배움에 뜻을 두지 않는다면 그 법칙을 따르지 않겠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금수(禽獸)에 가깝다고 말하는 것이다."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은 늦깎이 제자인 정수칠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묻자 공부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유일무이한 의리(義理)라며 이처럼 대답했다.

정수칠의 질문은 이어졌다. 그가 정작 공부를 하려고 하면 주위 사람들이 수군거린다고 토로하자 다산은 "심지어 부모에게 효도하고 관직에 청렴한 것을 두고도 경박한 무리는 모두 명예를 구하려는 것으로 의심한다"며 주변의 관심에 신경 쓰지 말라고 조언했다.

다산은 정수칠을 포함해 유배지에서 만난 다양한 제자, 자식, 심지어는 벗에게도 생활의 지침과 학문적 교훈을 담은 글을 자투리 종이와 천에 적어 건넸다. 이른바 '증언'(贈言)이라고 불리는 이 글은 다산의 철학이 투영된 일대일 맞춤형 가르침이었다.

오랫동안 다산을 연구해온 정민 한양대 교수가 정약용의 증언 50여 종을 모아 소개한 책 '다산 증언첩'과 '다산의 제자 교육법'(이상 휴머니스트 펴냄)을 동시에 출간했다.

다산 증언첩이 증언의 사진을 모두 싣고 풍부한 해설을 담은 전문가용 소장판이라면, 다산의 제자 교육법은 일반인을 겨냥해 정약용의 가르침을 주제별로 수록한 보급판이다.





정 교수는 11일 통화에서 "다산의 제자 중에는 내성적인 사람, 키가 작은 추남, 불교 승려 등 다양한 사람이 있었다"며 "다산은 철저하게 제자의 눈높이에 맞춘 충고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산은 학자지만 공부하면서 가족을 굶기는 것만큼 바보 같은 일은 없다고 생각해 자급자족형 경제생활을 강조했다"며 "채소밭에 어떤 식물을 심고, 공부방을 어떻게 꾸며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증언에 다산의 인간 사랑과 학문 정신이 배어 있다고 평가했다. 다산은 제자가 처한 상황과 성격에 맞춰 따끔한 한마디를 전하기도 하고, 때로는 따뜻한 마음을 담아 위로하기도 했다.

예컨대 다산은 부친상을 당한 제자 황상에게 "네 어른이 큰 병의 끝에도 온갖 걱정을 다 하였으니 특히 이를 위해 슬퍼한다. 죽을 먹는 중에 몰래 고깃국물을 타서 위장의 기운을 북돋워 주어야 한다"며 상중에도 건강을 챙기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황상이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시묘(侍墓)를 생략하려 하자 다산은 "네가 날마다 방에서 자는 것이 편안하냐. 네가 하루에 두 끼를 먹으면서도 편안하냐"고 꾸짖고는 "집안일은 네가 마땅히 주장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다산의 증언은 대부분 한 문단의 짧은 글이지만, 독자에게 주는 울림은 크다. 하지만 정약용의 문집인 여유당전서에 있는 증언은 17종에 불과하다. 정 교수는 각처를 돌아다니며 증언을 수집하고 연구했다.

정 교수는 증언이 문집에서 빠진 이유에 대해 "다산이 그때그때 써서 선물한 내용인 데다 본인이 본격적 저술로 여기지 않아 갈무리해 두지 않았던 것 같다"면서 "그동안 학계에서 국가대표 학자인 다산의 증언 연구를 소홀히 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산 증언첩 636쪽, 5만2천원. 다산의 제자 교육법 316쪽, 1만5천원.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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