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실이 '최순실 이권사업' 의심받는 K스포츠클럽 도왔나
문체부 공무원 "민정이 세부사업 점검한 건 20년 일하며 처음"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재직 당시 이례적으로 'K스포츠클럽 사업'을 현장 실태점검하려 했던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K스포츠클럽은 최순실씨가 관여해 이권을 챙기려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업이다.
사업자 선정 과정의 특혜 시비를 우려해 상부와 마찰을 빚었던 공무원은 법정에서 "20년 동안 문화체육관광부에 근무하는 동안 민정수석실이 세부사업을 점검한 사례는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는 11일 우 전 수석의 속행 공판을 열고 민정수석실이 지난해 K스포츠클럽 측에 현장 실태점검을 통보한 당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증인 신문을 했다.
재판부는 우 전 수석에게 "당시 청와대 교문수석실의 지시로 이뤄진 K스포츠 운영 실태점검 이후 추가로 (민정수석실이) 실태점검에 나선 것은 대통령 지시 때문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우 전 수석은 "(대통령으로부터) 교문수석실 조사를 신뢰 못 하겠다, 다시 한 번 더 (점검을) 해 보라는 취지로 지시받았다"고 답했다.
재판부가 재차 "추가로 지시를 받았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우 전 수석은 "(민정수석실이) 직접 한 번 확인해보라 이런…"이라며 시인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K스포츠 사업과 관련해 어떤 후속조치를 지시했는지에 대해 우 전 수석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는 "적절한 후속조치를 하라고 포괄적으로 (지시)하지 않았을까"라며 "주요하게 챙긴 사안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K스포츠클럽은 문체부가 지역 스포츠시설을 거점으로 전국에서 운영하던 '종합형 스포츠클럽' 사업을 개편해 '중앙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운영권을 민간법인에 위탁하려던 사업이다.
지난해 문체부 체육진흥과에서 업무를 맡았던 정 모 서기관은 증인으로 나와 "김 전 차관이 K스포츠클럽 운영 주체로 특정인이나 특정 단체를 염두에 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 전 차관이 운영 주체를 공모 방식으로 뽑는 대신 문체부가 지정하는 방식으로 선정하라고 지시했다"며 "특혜 시비가 예상돼 반대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무리한 지시를 이행할 수 없어 반대 의견을 내다가 김 전 차관에게 '공무원을 그만두라'는 말까지 들었던 것이 사실인가"라고 묻자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정 서기관은 작년 2월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지시로 K스포츠클럽 운영 실태를 점검했으나 문제가 없었는데도 그해 5월 민정수석실도 실태점검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제점이 뭔지 말해주지도 않고 자꾸 점검하라니까 어려웠다"며 "20년 문체부에 근무했는데 민정수석실이 세부사업을 점검한 것은 처음이었다"고 부연했다.
다만 그는 민정수석실이 나선 배경은 자세히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는 "당시에는 최씨와 관련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며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뒤에 '관련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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