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검, 작년 27t 중 21t '불법포획 입증 안된다'며 주인에 반환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울산지검이 지난해 경찰이 불법 포경 증거물로 압수한 고래고기 중 상당량을 당시 피고인 신분이던 포경업자들에게 약 한 달 만에 되돌려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은 불법유통 가능성이 농후한 고래고기를 성급하게 돌려준 것이 부적절했다고 여기지만, 검찰은 불법성 여부를 입증할 수 없는 증거물이어서 환부 조처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울산 중부경찰서는 지난해 4월 6일 북구 호계동의 한 냉동창고에서 밍크고래 포획·유통업자 6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당시 창고에는 27t 분량의 밍크고래 고기가 보관됐고, 경찰은 이를 전량 압수했다.
시중 판매가격이 높은 고래고기가 전례 없이 많이 압수돼 어떻게 처분할지에 관심이 쏠렸다.
당시 검찰은 고래고기를 소각해 전량 폐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밍크고래는 국제적 멸종 위기 동물로 포획이 금지됐으므로 불법 포획한 동물을 공매 등을 거쳐 국가에 귀속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최근 진행된 폐기 절차에서 27t 중 6t만 소각됐고, 나머지 21t은 이미 지난해 5월 초 검찰이 당시 피고인들에게 돌려준 사실이 확인됐다.
5월은 울산고래축제를 앞두고 고래고기 수요가 급등하는 시기여서 검찰의 조치는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피고인들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결과만 초래했다는 것이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경찰관도 검찰의 후속대응이 부적절했다고 기억했다.
경찰이 압수한 고기 853상자 중 47상자의 샘플을 채취해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에 DNA 분석을 의뢰했는데, 이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검찰이 환부 지휘를 했기 때문이다.
이 경찰관은 "울산지검 직원이 전화로 '고래고기를 환부하라'고 하기에 근거 서류를 요청했더니 팩스로 '환부 지휘서'가 도착했고, 이후 검찰이 자체적으로 환부 조치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면서 "DNA 분석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경찰관이 참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이)고래고기를 되돌려준 절차가 이상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울산지검은 증거능력을 확신할 수 없는 고래고기여서 환부 조치가 불가피했다고 반박했다.
즉 압수된 27t 가운데 6t만 불법유통 고기라는 점이 확인, 이에 대해서만 피고인들을 기소하는 증거물로 삼고 폐기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11일 "당시 고래연구센터가 'DNA 분석 결과를 언제 회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밝혀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면서 "범죄 증거물로 확신할 수 없는 대량의 사유물을 장기간 압수 상태로 둘 수 없으며, 이를 소유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형사소송법 원칙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12월 말에 DNA 결과가 나왔는데 샘플 47개 가운데 판단불능 12개, 정상 12개, 불법 추정 15개로 나왔다"면서 "불법 추정분마저도 모두 불법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번 사례를 '비위 공직자 집에서 발견된 돈다발'에 비유했다.
다시 말해 비위 공직자 집을 압수 수색해 다량의 돈다발을 발견했더라도 이 가운데 뇌물수수 등 범죄 연관성이 확인된 돈만 몰수할 수 있을 뿐, 모든 돈을 뇌물로 간주할 수는 없다는 논리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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