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수뇌부 인종차별 발언 조사…바이델의 '돼지' 메일에 정치권 맹공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내달 24일 독일 총선을 앞두고 독일의 반(反)이슬람·반유로화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AfD 최고후보를 포함한 수뇌부의 인종차별 발언 등이 논란을 낳으며 검찰이 칼을 뽑아들었고, 극우적인 공약의 위헌성까지 제기됐다.
AfD의 연방의회 진입이 유력시되는 데다 제 3정당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독일 정가에 더욱 팽배해지면서 견제가 강화된 것이다.
독일 검찰은 AfD 최고후보인 알렉산더 가울란트가 최근 터키계 국가통합위원을 상대로 "(터키) 아나톨리아에서 처리될 수 있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현지 언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울란트의 발언에 대해 법 위반이라는 고발이 각계각층에서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AfD는 독일 남부에서 '처리'라는 용어를 선거 포스터에 사용하기까지 했다.
선거전에서 상대방에 대한 언급을 삼가해온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가울란트에 대해선 "인종차별주의자"라며 강하게 반발하기까지 했다.
'독일의 여자 트럼프'로 불리는 AfD 프라우케 페트리 당수도 의회 위증 혐의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작센주의회는 지난달 29일 페트리 당수의 주의회 의원 면책특권을 박탈하며 검찰에 협조했다.
가울란트와 함께 공동 최고후보인 알리체 바이델이 과거 메르켈 정부를 '돼지'로 표현하고 인종차별적 언어를 구사한 이메일이 공개돼 논란이 되자, 정치권은 바이델을 정조준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州)총리로 기독민주당 소속인 아르민 라쉐트는 10일 "극우 정당은 연방의회에 진출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랄프 슈테그너 사회민주당 부당수는 "인종차별주의적이고 민주주의를 경멸하는 글을 쓰는 사람은 연방의회의 일원이 될 수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안드레아스 쇼이어 기독사회당 사무총장은 "바이델은 시민의 실존을 위협하는 공포스러운 이념적 존재"라고 맹비난했다.
경제학자 출신의 바이델은 AfD의 인종차별적인 이미지를 완화시키는 '얼굴마담'으로 역할을 해온 만큼, 이번 논란은 AfD엔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 하이코 마스 법무부 장관이 AfD의 총선공약 일부를 위헌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스 장관은 언론 기고글에서 종교 차별 등에 관한 AfD의 공약이 헌법 격인 연방 기본법 1, 3, 4, 23조를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fD는 모스크 설립 금지 등의 정책을 내놓았다.
표면적으로 AfD가 사면초가에 몰린 분위기지만, 실질적으로 선거전에 악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선거판을 흔들 기제가 나타나지 않은 채 '메르켈 대세론'이 시종일관 유지되는 '조용한 선거전'에서 AfD가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게 꼭 불리한 것만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돼왔다.
AfD는 지난 9일 바이델이 지난 5일 TV토론 도중 뛰쳐나간 것도 계획된 행동이었다는 의구심이 나오기도 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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