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조정래·명계남 등 52명 '문화연예계 퇴출대상' 올라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황희경 박상현 김계연 기자 =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에 이어 이명박 정부 때도 정부가 문화·연예계 내 '정부 비판세력'에 대한 퇴출활동을 벌였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문화계가 충격에 빠졌다.
국정원이 퇴출활동을 펼친 문화·연예계 인물은 ▲이외수 조정래 진중권 등 문화계 6명 ▲문성근 명계남 김민선 등 배우 8명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등 영화감독 52명 ▲김미화 김구라 김제동 등 방송인 8명 ▲윤도현 신해철 김장훈 등 가수 8명이다.
당시 문화·연예계 내 '정부 비판세력'으로 지목돼 퇴출대상에 오른 당사자들은 각종 불이익을 받았던 사례들을 전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문화계 퇴출 인사로 분류된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짐작은 했지만, 거기에 국정원이 얼마나 관여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당시 대학 강의가 별다른 이유 없이 폐강됐던 일과 예정됐던 강연이 갑자기 취소되는 일이 잦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했다"면서 "윗분들이 싫어했을 수도 있고 국정원이 손을 썼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진 교수는 "폐강과 강연 취소를 보면 내 사생활을 들여다본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영화계 퇴출 인사로 거론된 배우 명계남 씨는 "그동안 TV 출연을 못 했다"면서 "누가 나한테 이야기해 준 적은 없지만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들어서 그런 느낌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명 씨는 "방송국 사람이 (제 출연을) 곤란하다고 하고 '위에서도 안된다'고 했다고 들었다. 영화도 투자자들이 거부했다"고 전했다.
그는 "나 같은 사람은 얼굴이 알려지고 주목받는 행동을 했으니 그렇게 찍어서 불이익을 줬다고 본다"면서 "다만 저같이 이름난 사람이 앞장서는 바람에 한꺼번에 일반 순수 예술인들까지 피해를 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소설가 조정래 씨는 "방송에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남북관계 파탄에 대해서 비판했다"며 "그런 것 때문에 미운털이 박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때 자신의 소설 '아리랑'을 드라마로 만들기 위해 제작사와 계약까지 했는데 지상파 3사에서 전혀 드라마화가 되지 않은 사례를 소개하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드라마화 시도가 전부 실패했다"고 전했다.
조 작가는 "민주국가에서 작가로서 잘못된 정치를 비판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의무"라고 비판했다.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가 11일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로부터 보고받아 발표한 조사결과를 보면 원세훈 전 원장은 2009년 2월 취임 이후 수시로 여론 주도 문화·예술계 내 특정 인물·단체의 퇴출과 반대 등 압박활동을 하도록 지시했다.
원 전 원장은 문화·연예계 내 정부 비판세력을 ▲ 대통령에 대한 언어테러로 명예를 실추 ▲ 좌(左)성향 영상물 제작으로 불신감을 주입 ▲ 촛불시위 참여를 통해 젊은층 선동 등을 퇴출 이유로 들었다.
국정원이 2009년 7월 구성한 좌파·연예인 대응 태스크포스는 실제 이들 '퇴출대상'으로 지목된 연예인에 대한 퇴출 압박 활동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2월에는 퇴출 대상 연예인이 진행하는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대해 진행자 교체를 유도했다. 같은해 3월에는 특정 PD가 제작을 주도한 다큐멘터리를 '방송대상' 수상작 선정에서 탈락시키도록 요청했다. 퇴출대상 연예인이 출연한 프로그램 폐지를 유도하기도 했다.
2010년 10월에는 촛불집회에 참여한 연예인들을 가담 여부에 따라 '적극 가담'과 '단순 동조자' 등으로 분류해 그에 따른 조처를 했다.
이밖에 사설 정보지와 댓글 등에 해당 연예인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을 올리거나 광고주에 항의 이메일을 보내는 식의 활동도 벌였다.
한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영화계에서는 국정원에서 (영화쪽을) 관리하는 소문이 이미 예전에 돌았다"면서 "그러나 출처와 실체는 잘 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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