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전통지·의견제출 기회 안 주고 과징금 부과하면 위법"
행정소송은 감정평가법인 승리…형사재판선 1심 유죄 후 2심 중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감정평가사들이 아파트 가격을 입맛에 맞게 감정해주고 그 대가로 수억원을 챙겼다가 형사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유죄를 받았지만, 행정소송에서는 이들에 매긴 과징금이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아 취소될 위기에 몰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유진현 부장판사)는 N 감정평가법인이 "과징금 2억4천만 원을 부과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토부가 과징금 처분을 하면서 적법한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을 낼 기회를 줬다고 볼 수 없다"며 "나머지 주장을 더 살펴볼 필요 없이 과징금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행정청이 침해적 행정처분(당사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처분)을 하면서 당사자에게 사전에 통지하거나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위법"이라고 설명했다.
N 법인 김모(58) 전 대표와 감평사 류모(47)씨는 용산의 민간 임대아파트 '한남더힐' 분양전환대책위원장 윤모(68)씨로부터 수억원을 받고 이 아파트의 분양 전환 가격을 낮게 감정해준 혐의(부동산공시법 위반, 배임수재)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N 법인은 다른 법인 1곳과 컨소시엄을 맺어 2013년 9월 한남더힐의 분양 전환 가격 감정평가서를 작성했다. 총 600세대 중 378세대의 감정액은 7천391억 원이었고, 전체 세대의 환산 평가액은 1조1천698억 원으로 추산됐다.
그런데 이는 비슷한 시기 다른 감정평가법인이 전체 세대를 2조5천억 원대로 평가한 것과 비교할 때 2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해 '고무줄 평가'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국토부는 2014년 7월 N 법인에 2억4천만 원, 컨소시엄을 맺은 법인에 1억7천만 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한남더힐은 임대 기간이 지난 뒤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분양 전환할 수 있어 평가액을 낮춰 지출을 줄이려는 입주자 측과 평가액을 높이려는 시행사 측이 대립해왔다. N 법인은 입주자 측 청탁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류씨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N 법인에는 부동산공시법 위반 혐의로 벌금 700만 원이 선고돼 2심이 진행 중이다.
jae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