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첫 여성대통령 '예약'…적격심사 통과

입력 2017-09-12 08:35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첫 여성대통령 '예약'…적격심사 통과

유리천장 깬 국회의장 출신…소수민족 배려 개헌으로 당선 가능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싱가포르에서 첫 여성대통령 탄생이 사실상 확정됐다고 일간 더 스트레이츠타임스 등 현지 언론이 12일 보도했다.

싱가포르 대통령선거위원회(PEC)는 전날 대통령 선거 입후보 신청을 한 5명의 지원자에 대한 심사를 마치고 결과를 개별 통보했다.

PEC는 신청자 중 유일한 여성인 할리마 야콥(63) 전 국회의장에게만 '후보 적합'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할리마 전 국회의장과 함께 입후보 신청한 해운회사 회장인 파리드 칸(61), 부동산업체 최고경영자인 살레 마리칸(67)은 부적합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 요직을 거치지 않은 경우 최근 3년간 평균 시가총액 5억 싱가포르달러(약 4천200억 원) 이상인 기업의 대표를 지내야 한다는 자격조건에 미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2명의 후보는 자신들이 어떤 인종 군에 속했는지를 밝히지 않아 자동 탈락했다.

향후 공식 입후보 서류 제출 등 절차가 남아 있지만 할리마 전 국회의장은 13일 정오에 PEC의 대통령 후보 선출 절차가 공식 종료되고 나면, 곧바로 싱가포르의 제8대 대통령 당선인이 된다.

또 이와 동시에 2013년 '유리 천장'을 깨고 첫 여성 국회의장 자리에 올랐던 할리마는 싱가포르 헌정사상 첫 여성대통령이자, 첫 말레이계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할리마 후보는 "선거청으로부터 후보 적합 통보를 받았다. 선거에 나서든 나서지 않든 싱가포르 국민을 섬기는데 최선을 다한다는 나의 열정과 임무는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 모두가 함께 가야할 여정이다. 더 강한 싱가포르를 건설하고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국가를 물려주는 작업에 모든 싱가포르인의 참여를 독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도계 아버지와 말레이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법학을 전공한 할리마는 노동법 전문가로 활동했으며, 2001년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11년 총선 이후에는 지역공동체, 청소년스포츠, 사회가족 담당 국무장관을 지냈고 지난 2015년에는 여당인 인민행동당(PAP) 중앙집행위원이 됐다. 2013년에는 리셴룽 총리의 지명을 받아 싱가포르의 첫 여성 국회의장이 됐다.

싱가포르는 1991년부터 직선제를 도입해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선출해왔다. 이번 대선에서는 소수민족 배려 차원에서 처음으로 말레이계에 단독 입후보 권한이 부여됐고, 유일하게 후보적격심사를 통과한 할리마가 이 기회를 잡았다.

싱가포르는 다인종, 다언어, 다문화 국가지만 인종별 인구 구성비를 보면 중국계가 74.7%로 절대다수다. 말레이계는 13.6%, 인도계는 8.9%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직선제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 다수인 중국계의 영향력이 당락을 좌우한다.

이 때문에 1991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이뤄진 이후 3명의 대통령 가운데 2명이 중국계였다. 나머지 1명은 인도 타밀계 셀라판 라마나탄 대통령이었다.

간선제 시절 말레이계인 초대 유소프 빈 이삭 대통령, 유라시아계 2대 벤저민 시어스 대통령에 이어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나 이민 온 데반 나이르가 3대 대통령을 지냈던 것과 달리, 직선제 도입 이후 중국계 집중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는 지난 5차례의 임기 동안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한 소수 인종 그룹에 차기 대통령 후보를 단독으로 추천할 수 있도록 헌법을 고쳤고, 올해 선거에서는 말레이시아계에 단독 입후보 권한이 돌아갔다.

영국식 의회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싱가포르에서 행정 수반은 총리지만, 대통령도 재정지출 등에 개입해 내각을 견제하고 대법원장 및 대법원 판사, 검찰총장, 군 참모총장, 경찰청장, 부패행위조사국장 등 주요 공직자 임명 과정에서 거부권도 행사할 수 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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